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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장에게 묻다)구조조정 `최소화 vs 과감해야`

김기성 기자I 2009.04.17 14:25:50

<경제연구원장 릴레이 인터뷰>
"경기 급락 면했지만 경기회복엔 시간 걸려"
"환율, 하향 안정..투기자금 환률 변수될 듯"
"올해 인플레 걱정할 때 아니다..대비는 해야"
"한국 위상 높아질 것..기회로 활용해야"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이데일리가 최근 경제 현안 진단 및 전망을 위해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등 4곳의 연구원장과 릴레이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원장들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에서 가장 팽팽히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현 시점에서의 구조조정이 국가 및 산업 경쟁력에 도움을 주느냐는 관점에서 상당한 온도차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공포감을 줄만한 위기국면이 다시 출현할 것이냐는 향후 전망의 차이에서도 비롯됐다.

한켠에서는 자칫 과도하게 진행될 수 있는 구조조정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반면 다른 한켠에서는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구조조정이야 말로 경쟁력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원장들은 국내 경기의 바닥 시점에 대한 전망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작년 4분기 처럼 급강하하는 국면에서는 벗어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일치했다.

우리나라가 이번 위기를 선진국 등에 비해 빠르게 극복하고, 주력 기업들의 세계 산업내 순위도 올라가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같았고, 하반기 환율의 하향 추세 예측과 내수 부양과 고용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나타났다.
 
그러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 엇갈린 구조조정 해법..`그럴 때 아니다 vs 선제적이어야`

IMF 외환위기 당시 경험했듯이 구조조정은 대량 실직이라는 고통을 수반한다. 그 당시는 준비되지 않은 강제적인 구조조정이었기에 주요 자산의 헐값 매각으로 인한 국부 유출이 비일비재했고, 가족해제등 사회적 병리 현상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눈높이를 맞춘 과감한 체질개선은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과 같은 글로벌기업을 키워내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같은 구조조정의 장단점에 대한 인식에 있어 원장들의 생각은 다르지 않았다. 관점의 차이는 지금 시점의 구조조정이 국가 및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느냐는데 있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과잉 투자됐던 부분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먼저 기업의 문을 닫는 등 과도하게 우리의 경쟁력을 저해할 필요는 없다"며 IMF 때와 지금의 처방전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원장은 "다른 나라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최소화해야 경기가 회복되면 달려갈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이라고 광범위한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일축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의 의견도 비슷했다. 김주형 원장은 "구조조정은 주주 채권자등 이해관계자의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이뤄지도록 하고, 정부는 제도적 뒷받침만 하면 된다"며 IMF 때와 같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경기가 회복될 때 주력기업들이 박차고 올라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도 장래성 없는 기업들을 솎아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나라의 경기회복 시점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6~8월 기업들의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최대 고비가 올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끌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현오석 KDI 원장도 "구조조정은 경기와 관련없이 경쟁력 차원에서 꾸준히 해야한다. 성장잠재력의 핵심은 구조조정"이라며 자칫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소홀해질 수 있는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더이상의 경기 급락은 면했지만 경기회복엔 시간 걸려"

원장들은 국내 경기가 작년 4분기와 같은 급락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바닥 진입을 의미하는 산업생산 등 일부 경제지표와 수출의 감소폭 둔화, 주식 등 자산가치의 상승을 그 징후로 꼽았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여러가지 지표로 볼 때 경기사이클은 자유낙하 상태를 면한 게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등 선진국 경제의 불확실성 미해소 등 대내외 환경을 감안할 때 우리만의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치했다. 잠재성장률 추세선과 비교할 때 순환변동치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추세 하락 국면에 놓여 있다는 평가였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지금 성장하더라도 잠재성장률 추세선보다 완만하면 경기는 계속 하강하는 것이고, 그 차이가 가장 클 때가 경기바닥인데 아직 그 시점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의 바닥 시점에 대한 전망은 상반기에서 하반기까지 다양했으며, 회복 패턴은 바닥 다지기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U자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또 바닥 기간의 길이는 정부의 정책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현오석 KDI 원장은 "회복 패턴은 `U자형`으로 판단되는데, 바닥의 기간은 정부 정책에 달려 있다"며 "경기 사이클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이 역할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추경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야 하고 계획대로 집행돼야 한다. 지금 믿을 수 있는 부분은 유효 수요를 만들 수 있는 재정뿐이다"고 강조했다.

◇ "우리 위상 높아지는 기회".."환율, 하향 안정..투기자금 환류 변수"

이번 글로벌 위기가 우리나라에게는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치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위기가 지난 뒤 지금보다 우위에 설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개선속도는 중국보다는 못하지만 글로벌 경제보다 빠르다"며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급속히 절하되는 홍역을 치렀던 환율은 하반기로 갈수록 하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현오석 KDI 원장은 "글로벌 달러의 약세, 경상수지 흑자 전환, 통화스왑 등과 같은 외환시장에서의 안전망 구축 등을 감안하면 환율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작년에 대거 빠져나갔던 투기자금이 다시 돌아오면서 올초와는 반대로 환율이 급절상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공히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작년 한해동안 우리나라에서 600억달러의 간접투자자금이 빠져나갔는데, 그중 절반만 다시 들어와도 경상수지 흑자 예상 규모의 두배에 달한다"며 "이 변수가 환율시장에 충격을 줄수 있어 외환시장은 또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올해 인플레 걱정할 때 아니다"..향후 인플레이션 우려는 엇갈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는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아직까지는 경기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때라는 지적이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성장률이 올라간다고 해도 잠재적인 생산수준보다 가동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다면 통화를 흡수할 필요는 없다"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현오석 KDI 원장도 "지금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때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위기기 진정국면으로 갈 경우를 대비해 인플레이션 억제 대책을 사전에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과잉유동성의 경색국면이 풀리면 달러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반대로 글로벌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유동성함정이 지속되면 글로벌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지금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확률이 50대50인 애매한 교차로 와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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