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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는 되고 쿠팡은 안되는 ‘외국인 총수’ 기준 만든다

강신우 기자I 2023.11.20 09:58:02

연내 ‘외국인동일인 지정기준’ 시행령 개정
내·외국인 같은기준 적용해 통상 마찰 피해
사익편취 우려 없다면 총수 아닌 법인 지정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앞으로 같은 외국인 동일인(총수)이라도 명확한 기준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국내에 본인 또는 혈족이 지분을 보유한 다른 회사가 없어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면 자연인은 동일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20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연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 관련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행정 예고할 계획이다. 이번 동일인 기준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같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 시 빚을 수 있는 통상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주요 매출 발생 지역 △총수의 국내 거주 여부 △인사권 및 경영상 중요 의사결정 관여 정도 등이 기준이 된다. 또한 국내에 본인 또는 혈족이 지분을 보유한 다른 회사가 없어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면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총수는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공정위에 밝은 학계 관계자는 “통상이슈는 차별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동일인 지정 기준을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적용하면 통상문제를 피할 수 있다”며 “이번 시행령은 국내에 기반은 뒀지만 사익편취 등 우려가 없다면 같은 외국인 총수라도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막아 놓은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앞서 화학에너지 전문기업인 OCI그룹의 이우현 부회장이 동일인 총수로 지정되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제외되면서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같은 미국 국적의 총수인데 지정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공정위는 당시 “OCI는 동일인 친족이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반면 쿠팡은 김 의장의 국내 개인 회사, 국내 친족 회사가 없어 사익편취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기업이 공정위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 허위·누락이 있으면 동일인으로 지정된 기업인에게는 2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형이 부과되는 등 의무가 발생한다. 공정위는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부당지원 등 사익편취 관련 조사에 나선다.

이번에 시행령이 개정되면 쿠팡의 김 의장 등은 외국인 동일인 지정 대상에서 빠질 법적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쿠팡은 국내 동일인 판단기준으로 보면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 행사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등에 부합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볼 만한 실체는 갖췄지만 국내에 개인회사나 친족회사가 없어 사익편취 가능성이 없어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인 이슈를 포함해 동일인 지정을 위한 판단 기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와 원만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시행령 개정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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