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가공 사업 7년 만에 연매출 360억…비결은?

윤정훈 기자I 2022.09.29 10:04:24

농업회사법인 '그린육가공' 신기철 대표 인터뷰
경매부터 가공까지 직접 진행해 가성비 축산물 공급
2016년 매출 30억원서 올해 500억원 달성 전망
"온라인 경험과 노하우로 오프라인 시장 진출"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식탁에 오르는 축산물 가격의 절반은 유통 비용이다. 산지 농장에서 출하한 소·돼지가 ‘도축장 운송→도축→가공장 운송→부위별 발골→세절 및 소포장’ 단계를 거치면서 각종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농업회사법인 ‘그린육가공’의 신기철 대표는 이 단계를 줄이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50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축산물 가공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통산업군으로 성장이 더딘 분야지만, 그린육가공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연평균 160%의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신기철 그린육가공 대표(사진=그린육가공)
신 대표는 2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그린육가공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생우와 생돈을 경매장에서 직접 구매하고, 거래처별 맞춤형 규격으로 자체 가공해 납품하는 직거래 유통 구조를 확립했다”며 “이를 통해 전국 최저가로 품질 높은 한우와 한돈 등 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6년 창업 첫 해 매출 30억원을 달성한 그린육가공은 작년 36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500억원 돌파가 기대된다.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한 데는 파트너사인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의 도움이 컸다.

신 대표는 “창업 3년차에 만난 미트박스는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을 줬다”며 “당시 축산물 원물을 판매하던 미트박스는 제품 다양화에 고심하고 있었고, 급식 등 소비처에서 식재료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세절된 고기를 공급할 수 있을지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 온라인 판매 경험이 전무했기에 미트박스의 지원을 받아 세절 상품 기획부터 온라인에 최적화된 상품 및 브랜드 웹페이지 제작 등을 진행했고, 해당 상품 공급을 위한 시설 확충 및 인력을 충원했다“며 “세절육을 판매를 시작한 첫해 월 매출이 1000만원이었는데, 현재는 220배 넘게 증가한 월 매출 22억원을 미트박스를 통해 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육가공의 차별점은 합리적인 가격뿐 아니라 고품질의 생육을 선별하는 데 있다. 이는 신 대표가 30여년간 축산물 가공업계에 종사하면서 얻은 노하우다. 덕분에 미트박스에서 그린육가공의 상품은 5점 만점에 평균 4점 이상의 리뷰를 받으며 재구매 인기상품에 등극했다.

신 대표는 “한우의 육질은 1++, 1+, 1, 2, 3의 5가지 등급으로 나뉘는데, 2등급을 받은 고기 중 1등급에 가장 근접한 품질임에도 1등급 평가를 받지 못한 고기가 있다”며 “육질등급과 육량등급의 곱으로 등급이 정해지기 때문에 동일 등급내에서도 품질 차이가 꽤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매장에서 동일 등급 내에서 가장 우수한 품질의 고기를 선별해 내는 노하우가 우리 제품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가 만 50세의 늦은 나이에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농업회사법인의 지원 덕분이다. 신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없었다면 관련 시설 마련과 원재료 구입 등 초기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농업회사법인으로 성공적인 모범사례가 돼 저희와 같은 모델의 회사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으로 경험을 쌓은 신 대표는 이달 경기도 광교신도시에 오프라인 사업도 시작했다. 식사와 장보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콘셉트의 정육마켓 ‘꿈에그린 그로서란트’다. 삼겹살 1인분(200g)을 상차림비 포함해 소비자 판매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8500원 정도에 제공한다. 이에 고물가시대에 ‘가성비 외식’ 장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대표는 직영 ‘꿈에그린 그로서란트’를 전국으로 1000개 지점까지 확장해 2025년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는 “온·오프라인 관계없이 유통 마진 단계를 최소화한 생산자, 소비자간 직거래 플랫폼은 축산물, 식자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도입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며 “다른 농업회사법인들도 이러한 변화를 활용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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