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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대국’ 중국은 14억명이라는 거대 내수 시장을 내세워 세계 경제를 점령해왔다. 굴지의 외국 기업들도 중국 소비시장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거대한 노동인구는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중국의 노동인구 감소는 엄청난 경제력 훼손이다.
중국은 2020년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인구 자연증가율이 1.45%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의 회장이자 인구통계 전문가인 제임스 량(량젠장·梁建章)은 “작년 중국의 전국 출생아 수가 작년대비 20% 감소한 약 1000만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사망자 수는 1000만명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인구가 감소한 것은 1960년대 대기근으로 4000만명이 사망한 이후 60여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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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추세라면 중국이 인도에 인구 1위 자리를 내주는 것도 몇 년 남지 않았다. 유엔은 2017년 보고서에서 인도가 2024년 즈음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은 1963년부터 1975년까지 매년 1500만명 이상 인구가 증가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1990년대 들어서는 1000만명 이상을 유지했고 2000년에는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1970년대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계획생육’을 도입한 영향이다.
예상보다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중국은 2013년 정책을 일부 완화하고 2015년에는 두 자녀까지 허용하면서 인구 순증 규모는 2016년 906만명으로 반짝 늘었다. 그러나 이후 해마다 급격히 줄었고 2020년엔 204만명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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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저출산·고령화를 더욱 우려하는 것은 이른바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 때문이다.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린다는 뜻이다.
중국의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에서야 겨우 1만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선진국에 진입하기도 전에 고령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노인을 보호할 사회 안전망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큰 걱정이다. 엄청난 재정 지출 압박이 있다는 의미다.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 2000년 1억 2600만명에서 2020년 무려 2억 6400만명으로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8.7%에 달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고령화에 진입했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지난해 5월 31일부터 세 자녀 출산을 허용했고 이후 각 지방 정부에서 앞다퉈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출산휴가를 150∼190일까지 늘리고, 출산 장려금과 대출금 지원 등을 내세웠다. 심지어 중국 정부가 남성의 영구 피임 방법인 정관 수술을 시행하지 말 것을 자국 의료기관에 암암리에 권고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도 중국 인구증가 규모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젊은 부부들이 주거비, 교육비 등 압박으로 결혼과 출산을 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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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소득 수준을 고려한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은 집값이 높다는 서울이 28.86이고 선전(46.3)과 베이징(41.7)은 40이 넘는다. 평범한 직장인이 4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돈을 모아야 선전이나 베이징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내부에서는 더욱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 및 부동산 산업의 규제를 꺼내 든 것도 저출산과 무관치 않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이 선진국 반열에 드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장옌성(69·사진)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수석연구원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1000위안씩 지원금을 주면 출산하겠다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하다”며 “정책을 잘 세우면 저출산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