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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가상자산업법’들이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와 암호화폐 거래소 등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를 제도화하는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가상자산 발행 관련 일부 조항에는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한다.
◇가상자산 법안 핵심은
관심이 쏠리는 법안은 지난 18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김 의원이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은 만큼 이 법안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사업자의 등록·신고 규정을 둬 책임을 부과하고, 이용자는 보호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거래가 크게 늘어난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
법안 내용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 불법 행위를 한 경우 영업 정지나 등록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금융위의 허가를 받도록 한 이용우 의원 안보다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금융당국의 태도로 볼 때 허가제를 도입하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에 따른 처벌도 강화된다. 시세를 조종하거나 거짓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한다. 또 거래소는 위법이 의심되는 사항은 즉시 금융위에 보고하는 등 시장 감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의원 법안은 불공정 행위 금지를 위반했을 경우 해당 행위로 취득한 재산은 물론 그 행위를 위해 제공했거나 하려고 한 재산까지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조만간 금융위에 가상자산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유틸리티 토큰 규제 과도” “현실성 낮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상자산 발행과 관련된 조항을 두고 “과도한 규제”라는 말도 나온다.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유틸리티 토큰(서비스에 대한 이용권한을 갖는 토큰)’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거나 암호화폐 공개(ICO)만 규제하는 데 우리나라만 등록·신고제를 도입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IT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는 김 의원 법안에 대해 “ICO 규제를 도입하고, (가상자산)거래업이나 보관업은 좀 더 강화된 규제를 하는 등 나름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다만 다른 나라는 암호화폐의 성질에 따라 증권형 토큰(STO)은 기존 증권법을 적용하되, 비증권형 토큰은 ICO 규제만 도입하는 데 우리나라만 등록·신고제를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꼭 등록·신고를 해야 한다면 스타트업은 등록·신고가 어려워져 대기업이 블록체인 산업을 장악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하위 법령이 정해지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해당 법안들은) 암호화폐 영역을 인정하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법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으나 사업자 인허가와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은 하위 법령으로 규정하게 돼 있어 실제 규제 방식과 적용은 논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관련 보험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하는 암호화폐의 피해 금액 산출 기준도 제시하기 어려워 현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최근 급부상한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사업자에는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주무부처 정해지나…자칫 해외 거래소만 덕 볼 것
가상자산과 관련해선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만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9월까지 진행되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가 완료되면, 시장의 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는 물론 주무부처도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금법 담당부처 중 하나인 금융위가 주무부처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거래를 제한할 경우 자칫 외국 거래소들로 투자자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거래를 억누른다고 해도 거래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바이낸스 같은 중국 거래소로 이용자가 모두 빠져나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거래소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