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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 요양 아닌 일반병원…결박 시행규칙 적용 제외”
27일 재난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화재가 발생한 세종병원 중환자실에서 21명 입원 환자 중 18명 이상이 침상에 결박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재현 밀양소방서 구조대장은 “3층 중환자실에 진입했을 때 18명 이상이 한쪽 손을 결박당한 상태였다”며 “이에 따라 결박을 푸는데 30초에서 1분쯤 걸려 구조에 지연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박은 주로 요양병원에서 노인 환자들을 낙상이나 자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신체보호대(억제대)를 통해 침상에 신체 일부를 묶는 것이다. 세종병원은 별관에 있는 요양병원이 아닌 본관인 일반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결박했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 당시에도 노인 환자 2명이 침상에 끈으로 묶여있었다. 이 때문에 구조 지연과 관련한 지적이 나왔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요양병원에서 입원 노인들의 신체를 결박하는 신체보호대 사용 근거를 의료법 등 법률에 마련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권고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당시 권고에 따라 기준을 만들었고 대상은 요양병원”이라며 “일반병원과 비교해 요양병원에서 결박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병원의 경우 화재가 난 본관은 일반병원으로 등록돼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박을 하더라도 위법의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2층에서 사망자 절반 이상 발생…사망 원인 질식사 가능성 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2층에서 사망자 37명 중 절반 이상인 19명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화재 초기 연기와 불길이 커서 소방대원들의 진입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사망 원인이 질식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2층 34명의 입원 환자들의 대부분이 허리 디스크와 뇌졸증 등 거동이 불편하고 나이가 많았다는 점도 피해를 더 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망자의 연령대는 80대 이상이 26명으로 대부분(76%)을 차지했다.
층별 사망자 발생 현황을 보면 2층과 3층, 5층에서 각각 19명, 9명(입원환자 21명), 8명(입원환자 28명)이었다. 1층과 6층(입원 환자 16명)에서는 1층에 의료진 1명이 사망하는 등 상대적으로 사망자 수가 적었다.
일각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본관이 아닌 별관인 요양병원에 먼저 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사망자가 아예 없는 요양병원부터 먼저 진입한 게 아니다”며 “요양병원 사람들을 먼저 구조를 먼저 했다는 얘기는 선발대 이후 도착한 후발대가 도착한 것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발대는 먼저 세종병원쪽에서 구조를 하고 있었다”며 “후발대는 도착 당시 연기가 바람을 타고 요양병원쪽으로 향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요양병원에서 구조 활동을 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현장에서 환자 분류 제대로 안해”…재난본부 “매뉴얼에 따라 대응”
다만 유가족이 현장에서의 사망 판정과 관련 재난대응본부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사고로 희생된 유가족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피해자가 사고 이후 재활센터에 마련된 환자분류소에서 사망판정을 받고 인근 노인회관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에게 피해자 이동에 대한 정보가 공지되지 않았고 이미 사망판정을 받은 피해자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매뉴얼대로 환자를 제대로 분류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김모씨는 “사망 판정을 받은 희생자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30분동안 했다”며 “현장에서 제대로 사망 판정을 내렸다는 것을 납득기 어렵고 왜 노인회관으로 옮겼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에서 환자를 표식을 통해 분류한다고 하는데 전혀 확인된 게 없다”며 “정말로 매뉴얼대로 했다는 증거가 있는지 공개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재난 상태에서는 맥박이 뛰는지 확인해보고 사망 또는 생존자를 분류만 한다”며 “해당 피해자는 호흡이 없었고 맥박이 상실된 상태여서 사망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난 상황에서는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고 분류해 병원으로 빨리 이송하는 게 확실한 방법”이라며 “매뉴얼을 어긴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