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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24시]"담뱃값 인하" 욕 먹어도 홍준표는 웃는다

최훈길 기자I 2017.07.29 13:54:42

홍준표 "담뱃세 인하..서민감세 적극 추진"
여론 싸늘.."한국당 원죄, 발목잡기 여파"
대선땐 文 "담뱃세 인하"..서민부담 年12조
"지방선거 야당 호재" Vs "與 부자증세 탄력"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담뱃값 인하 논쟁이 불붙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 갑당 4500원인 담뱃값을 약 2500원 정도로 내리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6일 발의했다. 한국당은 “2015년 담배가격 인상 이전 수준으로 인하함으로써 서민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담뱃세 인하는 홍준표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 조사 결과 담뱃값을 인하한 국내·외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 “입만 떼면 서민 서민 하면서 서민 감세에 반대하면 한입에 두말하는 거짓말쟁이 정권이 됩니다”라며 “담뱃세, 유류세 인하에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지만 서민 감세 차원에서 우리는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당장 욕 먹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셈법이다. 정말 그럴까.

◇담뱃값 여론 부정적..“한국당 원죄, 발목잡기 여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이번 주만 놓고 보면 득 보단 실이 많다. 반응은 싸늘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금으로 국민을 우롱한다는 것은 박근혜 정권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제2의 국정농단”이라고 날을 세웠다.

보수정당도 쓴소리를 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고 담뱃값을 올린다는 게 엊그제인데 이제 와서 내린 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우군도 찾기 힘들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론으로 가져가려면 107명 의원 전체가 발의해야 한다”며 “당론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11명(윤한홍, 강효상, 강석진, 송희경, 이채익, 김성태, 엄용수, 김석기, 조훈현, 정유섭, 박성중)에 그쳤다.

정부도 부정적이다. 한국당 법안대로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내려 담뱃값을 인하할 경우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소관 법률인 국민건강증진법·개별소비세법·지방세법을 함께 개정해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담뱃값 인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여론도 좋지 않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한국당이 담뱃값을 올린 원죄가 있고 인하 법안을 지금 꺼낸 게 발목잡기·정치공세 속내가 있다는 걸 유권자들이 알고 있어 여론 흐름이 부정적”이라며 “부자증세, 서민감세 이슈가 연말 정기국회까지는 이어지겠지만 복지공약이 많은 여당으로선 담뱃값 인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정기국회에서 담뱃값 인하 법안 처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명분, 실익이 없는데 헛심만 쓰는 게 아닐까. 법안을 대표발의한 윤한홍 의원에게 직접 물어보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명분이 떨어지지 않는다. 왜냐면 금연, 건강 증진을 위한다는 가격 인상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민들 부담만 늘어난 게 아닌가.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고 대선 공약으로 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책에서 담뱃세를 내리자고 했다. 박영선 의원도 담뱃세를 내려 서민 부담을 줄이자고 했다. 여당이 돼서 서민 부담을 계속 늘리자고 할 것인가. ‘내가 하면 되고 네가 하면 명분이 안 된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정책이라는 것은 정책 효과로 판단해야 한다. 정책 오류가 있다면 빨리 시정하는 것도 정치 혁신이다.”

◇대선 직전 文 “담뱃값 내려야”..담뱃세 12조 돌파

2015년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담뱃세는 증가 추세다. [단위=조원, 출처=기획재정부]
조세 정의·형평성 측면에서 보면 한국당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다.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담배의 가격을 올릴수록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조세 역진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올해 1월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담뱃값을)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횡포”라며 “담뱃값은 물론 서민에 부담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를 적절히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담뱃값 인하 내용은 대선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김동연 부총리 청문회에서 “담뱃세 같은 즉흥적이고 서민 호주머니를 훑는 정책은 균형 차원에서 재고해야 한다”며 “지난 정부가 잘못했던 부분을 약간 교정하는 차원에서도 약간의 담뱃세 인하는 필요한 게 아닌가”라며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담뱃세 부담은 만만치 않다. 앞서 기재부, 복지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 시 소비량이 34% 감소할 것’이라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재작년에 담뱃값을 인상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빗나갔다.

상반기 담배 판매량은 2014년 20억3000만갑에서 2015년 담뱃값 인상에 따라 14억6000만갑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담배 판매량은 17억2000만갑으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17억갑을 돌파했다.

이 결과 담뱃세는 2014년 7조원, 2015년 10조5000억원, 2016년 12조4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현 추세라면 올해도 담뱃세가 10조원을 돌파,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9조9000억원·연결기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같은 ‘서민증세’는 추미애 대표가 최근 밝힌 부자증세 성격의 소득세·법인세 인상분(연간 3조8000억원)보다도 많다.

◇“지방선거 야당 호재” Vs “與 부자증세 탄력”

이 때문에 홍 대표가 담뱃세 인하 주장으로 ‘남는 장사’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연간 수조원씩 담뱃세를 과도하게 올려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이다. 지자체 곳곳의 어르신들 불만이 상당하다”며 “법안이 부결되더라도 한국당은 정치적으로 손해볼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서민 감세’ 주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여권이 담뱃세 인하의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담뱃값에 따라 세입·세출 구조가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세 감소 등 현실적인 재정 문제를 언급하고 부자증세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참여연대 전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담뱃값 인상이 서민증세 측면이 있지만 해외보다 저조한 조세부담률, 취약한 복지 현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담뱃세를 내리기보다는 담뱃세 이슈를 ‘이번에는 부자가 더 부담을 해야 한다’는 증세 논의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담뱃값이 한 갑당 4500원에서 2774원으로 38.4% 인하된다. 담배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2018년에서 2022년까지 5년간 총 7조5480억원(연평균 1조5096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담뱃세에는 담배소비세(30.3%), 지방교육세(13.3%) 등 지방세가 붙는다. 담뱃값을 무작정 인하할 경우 지자체 세수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윤한홍 의원은 “담뱃세를 인하하게 되면 지방세를 줄이지 않는 선에서 예산 편성을 전반적으로 조정하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서민들에게 계속 이 정도의 담뱃세를 부담하게 할지가 본질이다. 법안 통과 여부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기재부 24시]는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24시간 면밀히 살펴보고 예산·세금·재정 등 딱딱한 경제정책을 풀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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