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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맛보기] ‘문(文)모닝’에서 ‘문(文)나이트’까지…기승전 ‘문재인’

김성곤 기자I 2017.03.18 17:52:35

문재인 대세론 독주 정두언 “세종대왕 나오면 혹시 이길 것”
어대문, 이저문, 안안문 등 문재인 대세론 풍자 신조어 난무
유력 차기주자 및 정당, 너도나도 문재인 때리기 가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vs 문재인은 생각하지 마
文 자충수 없으면 대선 승리 vs 카운터 펀치로 역전 KO패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18일 열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제4대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세론은 심지어 안중근 의사가 나와도 힘들다. 이순신 장군이 나와도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존경심이 제일 강한 세종대왕이 나오면 문재인 전 대표를 혹시 이길지 모르겠다.” (정두언 전 의원)

5월 9일 장미대선과 관련한 정치기사는 하나로 요약됩니다. 모든 게 ‘문재인’입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대 중후반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조어도 한둘이 아닙니다.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이저문(이래도 저래도 대통령은 문재인) △안안문(안될래야 안 될 수가 없는 문재인) 등등. 오죽하면 ‘문모닝’(문재인+Good morning)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이나 유력 정치인들과 차기 주자들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문재인을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기승전 문재인’입니다.

문재인 대세론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정치인은 보수의 지략가로 통하는 정두언 전 의원입니다. 안중근 의사와 이순신 장군도 문재인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오직 세종대왕만이 맞설 수 있는 상대라고 평가했습니다. 차기 대선 전망과 관련해서도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이다. 재미 하나도 없는 대선”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승리를 거의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문재인, 브레이크없는 대세론 독주…‘문모닝’에서 ‘문나이트’까지

문재인 대세론은 지난 연말부터 브레이크없는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몇 번의 위기는 있었습니다. 촛불시위 국면에서 이재명의 거센 도전에 시달렸지만 미풍에 그쳤습니다. 반기문의 귀국과 대선출마 선언으로 대세론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반기문의 대선 불출마로 허무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중도보수로의 외연확장을 바탕으로 안희정의 맹추격도 있었지만 민주당 경선전망은 여전히 문재인이 압도적입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복 선언 역시 문재인에게 유리한 요소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문재인 때리기가 대유행입니다. 1위 주자와 싸워야 존재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제외한 정당은 거의 매일 문재인 비판에 공을 들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문재인 비판 논평을 쏟아내다보니 문모닝에 이어 문나이트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는 유력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민주화법안에 대해 얘기하면 내가 몇 번이나 속은 사람이 문재인 전 대표다. 남이 써준 공약 내용 줄줄 읽어가는 그런 대선주자들은 결국 될 수 없다.”(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문재인 전 대표가) 국가를 경영하면 최순실이 써준 각본을 읽는 박근혜 대통령이 된다. 문 전 대표가 탄핵발언을 세 번, 네 번 바꿨다. ‘탄핵해야 한다, 안되면 혁명을 하라’고 했는데 21세기에 그런 과격한 발언을 하면 안 된다.”(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 양보뿐만 아니라 도와줬음에도 고맙다는 말은커녕 졌다고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2012년 대선 때 제가 문재인 후보를 안 도왔다고 말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다.”(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대세론은 3류 정치평론가나 할 소리다. 광적인 지지계층만 응답하는 문재인 지지율은 허상이다.”(홍준표 경남지사)

“문재인 전 대표는 이제라도 이성을 찾고 친(親)김정은 정책을 즉각 포기해야 한다.”(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 “문재인 후보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도외시하고 공포정치와 패륜정치를 일삼는 김정은에 대해 대화만 주장하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 지지율이 반토막 아래로 추락한 지금이야 말로 대선 불출마를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고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유명한 책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미국 UC버클리대 교수가 쓴 책입니다. 언어학을 현실정치에 접목해 과거 미국 민주당의 대선패배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제목으로 공화당의 상징 ‘코끼리’를 비꼬면서 보수진영이 장악한 프레임의 헤게모니를 전복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레이코프 교수는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과제를 내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성공하는 학생은 없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코끼리’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코끼리를 더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끼리 대신에 문재인을 넣어보면 왜 문재인 대세론을 공격하는 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지 알 수 있습니다. 노무현 시즌2, 친노패권주의 논란은 이미 2007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 지겹도록 들어왔던 흘러간 옛노래들에 불과합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문재인 공략이 당연합니다. 약한 놈은 센 놈과 붙어야 합니다. 그러나 프레임만 따져보면 오류투성이입니다. 도저히 승리할 수 없는 전략입니다. 문재인을 공격해봤자 문재인 대세론이라는 프레임을 보다 강화시켜줄 뿐입니다. 한마디로 패착입니다. 또 개헌, 대연정, 보수통합, 비문·반문 연대, 빅텐트 등 정치판을 떠도는 각종 시나리오들은 거의 대부분 문재인을 겨냥한 것입니다. 선거를 흔히 인물, 바람, 구도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현대로 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프레임 싸움입니다. 문재인 대세론을 공격하는 것은 전형적인 네거티브 전략입니다. 가성비가 좋고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선거승리를 이끄는 것은 포지티브 전략, 다시 말해 긍정의 힘입니다. 과거 이명박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BBK’ 악재의 여파에도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이 국민적 선택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세론이라는 프레임을 아무리 공격해봤자 문재인 대세론을 강화시키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오히려 문재인 반대자는 ‘문재인 대세론’에 지레 투표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5월 9일 장미대선은 역설적으로 보수층의 투표포기 사태로 투표율이 2007년 대선 수준(63.0%)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극단적 공세는 문재인 지지층의 결집을 불러와 밴드왜건 효과를 강화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 문재인의 지지율은 지난 연말 20%대 중후반을 기준으로 30%대 초중반을 거쳐 30%대 중후반으로 줄곧 상승해왔습니다.

◇문재인의 적은 오직 문재인…文 자책골 없으면 대선승리 ‘매우 유력’

5월 9일 차기 대선일로부터 역산하면 3월 18일은 대선 D-52일입니다. 현 대선구도는 한나라당 압도적 우위 구도였던 2007년 대선과 매우 흡사합니다. 2007년 대선은 여야가 아닌 이명박 vs 박근혜 구도였습니다. 현재로 보면 문재인 vs 안희정 구도입니다. 결국 민주당의 대선경선 승자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대선은 너무나 역동적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차기 대선은 축구에 비유하면 문재인이 2대 0정도로 이기고 있는 가운데 전후반 90분이 다 끝나고 추가시간 5분 정도 남은 상황입니다. 97년 대선 이인제 독자출마, 2002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대선전날 단일화 파기, 2007년 이회창 출마와 박근혜의 경선승복 등 대선판을 뿌리째 뒤흔들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승부의 추는 이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선은 어찌 보면 축구와 유사합니다. 공격수가 골을 넣지 않아도 이길 수 있습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자책골 한 골을 넣으면 1대 0으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 압도적 우위의 차기구도는 야권이 확고한 미래비전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고보기보다는 범보수진영의 연이은 자충수와 대몰락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입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시위 △보수분열과 자중지란 △헌재의 탄핵인용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재 판결 불복 등 구여권 입장에서 끝도없는 메가톤급 악재가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문재인의 적은 오직 ‘문재인’뿐입니다. 문재인 대선캠프 주변에서 크고작은 잡음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습니다. 속된말로 문재인 본인과 대선캠프 내부에서 엄청난 자충수가 나올까요? 전망은 여전히 엇갈립니다.

차기 대선은 점점 별다른 이변을 기대하기 힘든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은 2007년 대선 당시 531만여표 이상으로 승리한 이명박의 압승을 재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반대로 권투경기에서 엄청나게 앞서가던 선수가 종료 직전 카운터 펀치 한 방을 맞게 역전 KO패를 당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시각도 아직 상당합니다.

제19대 대통령 -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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