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로 몰려가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홍콩 증시가 오랜 기간 저평가됐다는 판단까지 더해지면서 홍콩 주식 쓸어담기에 나선 것이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과 상하이증시 교차거래인 후강퉁을 통해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작년 10월 이후 홍콩 주식 483억위안(약 8조604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작년 10월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10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 지난 2014년 11월 후강퉁 도입 이후 최장기 매수를 기록했다.
후강퉁이 시작된 이후 첫해에는 홍콩증권거래소를 통해 상하이증시로 유입되는 해외 투자금이 많았지만, 이제는 역전됐다. 상하이증권거래소를 통한 홍콩 주식 매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후강퉁을 통해 매수한 홍콩 주식은 1330억위안으로 늘어 한도의 절반을 넘어섰다. 해외 투자자들이 후강퉁을 통해 손에 넣은 상하이 주식은 1260억위안 규모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선 환율 요인이 크다. 위안화 추가 약세 전망이 높은 만큼 위안화로 들고 있는 것보다는 홍콩 주식을 매수해 홍콩 달러로 들고 있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블룸버그가 43명의 외환전략가를 대상으로 올해 위안화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말에는 달러화에 대해 3.3%, 내년에는 6.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홍콩달러는 미 달러화에 연동해 움직인다.
홍콩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2014년 말부터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등할 때 홍콩 항생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하다 소폭 오르는데 그쳤고 작년 중반 이후 빠질 때에는 더 빠졌다. 제프리그룹에 따르면 양쪽 증시에 모두 상장된 중국 공상은행(ICBC)의 경우 홍콩증시에 비해 상하이증시에서 25%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에서 딱히 투자할만한 곳이 없다는 점도 홍콩 증시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부동산 등 다른 투자대상은 규제 리스크가 있다. 상하이나 선전 등 중국 대도시 부동산 값이 급등하자 중국 당국이 각종 규제에 나선 상황이다.
타이후이 JP모간자산우용 아시아 수석 전략가는 “중국에서는 투자대상이 가뭄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특별히 매력적인 자산을 찾기가 어렵다”며 “후강퉁은 물론이고 가능한 수단을 모두 활용해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 증시도 위안화 약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 상당수가 중국 본토에서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위안화 약세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토 비중이 크지 않은 HSBC나 홍콩 현지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게 낫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