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곡면 OLED TV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전시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다. 두 업체는 지난 8일(현지시각) 거의 같은 시간에 곡면 OLED TV를 선보이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는 서로 자신들이라며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 OLED TV는 화면 가운데가 5도 가량 안쪽으로 휘어져 있어 시청자가 대형 아이맥스(IMAX) 영화를 볼 때 처럼 화면 왜곡이 거의 없어지는 강점을 가진 세계 최고의 신기술 제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현재 CES에서 전시하고 있는 곡면 OLED TV는 모두 지난해 CES 당시에도 가져갔지만 차마 공개를 하지 못하고 돌아온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올해 제품은 지난해 제품에 일부 패널만 업데이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당시 곡면 OLED TV를 전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제품을 단순히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대중에게 시제품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곡면 OLED TV는 소량을 샘플로 만들기에는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화면이 곡선이다보니 TV 뒷면 내부에 들어가는 회로기판 및 부품들도 모두 구부린 형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양산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또 초대형 화면을 제외하고 시야각적인 측면에서 시청자들이 육안으로 느끼는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지난해까지 곡면 OLED TV를 중장기 TV 신기술 제품 후보로 선정하고 면밀한 검토를 했다”며 “지금은 기술적인 문제와 시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후속 개발을 보류한 상태”라고 밝혔다.
올해 CES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 OLED TV를 갖고는 갔지만 당초 두 회사 모두 이번 전시회에서도 이 제품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가 이같은 전시 방침을 갑작스럽게 바꾸게 된 계기는 일본 업체들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쟁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56인치 울트라 HD(4K) OLED TV라는 앞선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으로 선제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 TV와 울트라 HDTV를 각각 별도의 제품으로 내놓았지만 일본업체들은 이 두가지 제품를 하나로 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전시제품의 기술수준으로만 보면 일본업체들이 TV기술력에 있어 국내업체들을 앞선 셈이다.
이에 ‘허’를 찔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만약을 대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보험용’으로 갖고 간 곡면 OLED TV를 부랴부랴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전시회에 내놓는 제품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며 “단순히 기술과시용으로 선보이는 신제품과 미래에 시장에 등장할 제품을 구분해 판단하는 것도 전시회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부에서는 “TV기술의 진화가 얼마나 빨리,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느냐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라며 “2014년께 곡면 OLED TV가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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