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비리 사건으로는 사상 초유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형사고발을 KT 스스로 했다는 점이다.
비리 사례는 올 초 이석채 회장이 취임하면서 강한 내부 감사에서 먼저 밝혀졌다.
KT(030200)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 취임후 윤리경영을 비롯한 혁신을 가속화 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도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임직원들을 자체 내부감사에서 적발한 뒤 아픔을 감수하면서 형사고발을 추진한 경우"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문제가 있어도 기업이미지 추락을 고려해 대외적으로 형사고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윤리경영 의지를 알린다는 측면에서 사안이 중대할 경우 형사고발까지 하고 있다"면서 "특히 금품·향응 수수의 경우 해임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부정·부패와 단절하겠다는 KT의 단호한 방침인 것. KT의 윤리경영 목표는 `누구를 만나도 KT가 깨끗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실제로 윤리경영을 통해 적발된 사례를 임직원들과 공유하면서 사전 예방효과가 강화됐다는 평가다. 공사현장에서 금품을 제공하던 협력회사에 대해서도 반드시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조치를 취하면서 잘못된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검사출신 윤리경영실장 영입..비리와 전쟁선포
이석채 회장은 작년 KT·KTF CEO 비리문제가 터지면서 악화된 기업이미지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로, 정성복 검사를 윤리경영실장(사진)으로 영입했다.
이때부터 KT 내부에서는 칼 바람이 몰아쳤다. 도덕성에 상처입은 KT를 모범적인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한 감내다.
정 실장은 우선, KT의 비리행태가 상상 이상으로 심하다는 점을 느꼈다. 특히 새살을 나게 하기 위해선 과거 비리는 덮고 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과감하게 썩은 부분은 도려냈다. 과거에는 문제가 있어도 기업 이미지 추락을 의식해 형사고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안이 중대할 경우 과감하게 형사고발을 단행하고 있다.
감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험 있는 상무로 담당 임원을 교체하고, 직원수도 늘렸다. 윤리경영으로 적발된 사례는 임직원들과 공유해 경각심을 주었다. 내부 고발제도도 만들었다. 신고자에게 최대 5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금품을 제공한 협력회사에게는 반드시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정 실장은 "개혁에 대한 피로는 빨리 느끼는 법"이라면서 "반발할 수도, 복지부동할 수 있지만 KT가 성장하려면 과거의 비리를 덮고 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실천하라"
"누구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지불식간에 간과하기 쉬운 것이 윤리경영이다. KT그룹의 모든 임직원들이 머리로 하는 윤리경영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윤리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
이석채 회장이 실천하는 윤리경영을 위해 그룹 계열사 전 임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라도 실행이 담보되지 못할 경우, 비전은 존재하지 않는 이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과거 징계절차가 `윤리경영실장→해당부서장→징계위원회`였을 경우, 직원들의 비리가 있더라도 대부분 해당부서 장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직원인 점을 감안해 징계수준을 약하게 요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를 막고자 KT는 징계절차를 `윤리경영실장→징계위원회`로 단순화 시켰다.
징계종류도 과거 견책·감봉(1∼3개월)·정직(1∼3개월)·해임·파면 등 9단계 였던 것을 견책·감봉·해임으로 단순화 시켰다. 수천만원 규모의 비리가 적발되어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던 관례를 깨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KT그룹 간부들도 "윤리경영 소홀로 회사가 재산상의 손실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매출 정체와 같은 경영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역량을 집중시키지 못했던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