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S 30년 진화와 도전)⑤덴소를 넘고, 보쉬를 따돌려라

지영한 기자I 2007.05.16 11:34:15

부품전문회사로 성공적인 進化..이젠 글로벌 선도업체로 나서야
'독자기술' 확보와 '브랜드 파워' 육성은 재도약의 필수조건
7월1일 창립 30주년..세계적 부품사로의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2005년 현대파워텍에서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긴 정석수 사장. 그의 머리속엔  모비스 혁신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모비스가 세계적인 부품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지금의 맨파워나 기술수준, 기업문화, 업무 프로세스로는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은 모비스를 혁신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올 1월 마침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완성되자, 정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2월에 ‘경영혁신실’을 만들었다. 초대 경영혁신실장에는 현대차 재무관리실장을 거친 황유노 상무를 앉혔다

 
사실 국내 기업 중 현대모비스(012330) 만큼 사업구조가 안정적인 곳도 드물다. 무엇보다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를 든든한 납품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비스의 수익구조는 더욱 견고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동차판매가 증가하면 신차(新車)에 들어가는 모듈부품 공급이 늘어난다. 신차수요가 부진하더라도 이미 운행중인 차량에 소모되는 A/S부품이 이를 상쇄해 준다. 올 1분기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이 죽을 쒔지만 모비스가 안정적인 수익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박종기 현대모비스 IR팀장은 모비스 주식을 아예 ‘가치주’라고까지 말한다. 사업구조가 경기를 타지 않고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어, 모비스 주식을 진득하게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 가치주 펀드들이 모비스를 사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비한 모비스에게 왜 혁신이 필요하다는 걸까.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송기계산업팀장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팀장은 “모비스의 외형은 세계 30위권 안으로 진입했지만, 그에 걸맞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일본과 독일 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차이가 나는데다, 보쉬나 지멘스처럼 ‘모비스’라는 브랜드가 해외엔 잘 알려지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 진짜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현대모비스는 1999년과 2000년에 걸친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종합기계회사’에서 모듈부품과 A/S부품을 핵심축으로 자동차부품전문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와 상호 협력속에 엄청나게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이 10%대를 유지하면서도 해마다 외형이 거의 1조원 안팎이나 급증했다.  
 
일본 자동차시장 전문조사기관인 포린(Fourin)의 조사결과 모비스의 매출순위는 2003년 28위, 2004년 24위, 2005년 20위로 치솟았다. 사업구조조정 직후 사명(社名)을 ‘모비스’로 막 변경하던 2000년만 해도 세계 100위권안은 쳐다보지도 못할 처지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확장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모비스도 급성장의 계기를 맞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산거점이 들어선 중국 미국 유럽에는 어김없이 모비스의 부품공장들이 세워졌고, 모비스의 글로벌 A/S부품 공급 네트워크도 대폭 강화됐다. 

박종기 팀장은 “국내 생산능력이 정체국면에 들어갔지만, 해외에선 높은 성장이 지속돼 왔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가 유럽과 미국 등 해외 거점별로 1개의 생산공장을 세웠지만,  모비스는 이들에게 납품하는 공장을 2개씩 갖고 있어 현대차나 기아차보다 2배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모비스 안팎에선 진짜 변신은 지금부터라고 한다. 
 
그동안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이 미흡한데다, 외형이 많이 커졌다지만 세계 최대 부품회사인 보쉬에 비해선 매출규모가 5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의 급성장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한 새로운 도약이 이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황유노 모비스 경영혁신실장은 “과거 ‘블루오션’이었던 A/S부품사업이 지금은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을 정도로 자동차관련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비스가 1차적인 ‘진화’를 통해 자동차부품전문회사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어냈지만,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선, 다시 한번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생존의 키워드는 '기술력'..R&D와 M&A로 기술·성장동력 확보해야

 
모비스가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모비스의 정수경 사업기획부장은 단연코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래에 생존을 위해서도 기술이 필요하고, 경쟁을 뚫고 올라설 유일한 돌파구도 기술”이라며 “모비스의 미래에 대한 도전도 신기술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금은 ABS는 ‘보쉬’, 에어백은 ‘브리드’ 등 해외의 선도업체들과 제휴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모비스만의 ‘독자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세계적인 부품사처럼 전세계 메이커를 대상으로 납품을 확대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수웅 연구위원은 이런 맥락에서 모비스가 현금유동성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사업구조상 모비스엔 현금이 쌓여가고 있는데, 적절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고려해서라도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에 투자를 늘려, 기술을 확보하고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정보기술(IT) 및 전자산업 강국이라는 점에서 모비스가 고지능형 전장부품분야에서 선도적 기술을 확보하면 세계적인 초대형 업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모비스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키워드로 ‘전장’을 꼽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모비스의 모듈은 과거 단순한 조립형태의 ‘덩어리 모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설계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술집약형 내지 시스템 모듈로 이전하고 있으며, 섀시나 운전석 모듈에 텔레메틱스 전자제어시스템 등의 전장품이 강화된 고부가 모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종기 부장은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타 메이커에게 납품할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핵심부품에 대한 독자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모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 기술력 뒷받침된 '브랜드 파워'는 글로벌 선도업체 필수조건  
 
모비스는 기술력 만큼이나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팀장은 “국내에선 모비스가 현대·기아차그룹의 지주회사와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해외에선 모비스를 잘 모르는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보쉬, 덴소, 델파이 등 세계적인 부품회사들에게 가려져 있다는 얘기다.  
 
사실 국내 부품사들이 고도의 시스템모듈 공급업체나 기술력을 두루 갖춘 자동차부품 전문회사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부품사들의 ‘브랜드 파워’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늘 있었다.
 
모비스 역시 현대·기아차 이외의 타 메이커에게 납품을 확대하고, 이들과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맺어가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 물론 ‘브랜드 파워’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모비스는 ‘독자기술’를 확보하면서도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하며, 이를 실천에 옮겨야 궁극적으로 덴소를 넘고, 보쉬를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모비스는 오는 7월1일자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다.  ‘부품전문회사’로의 성공적인 ‘진화’를 바탕으로 현대모비스가 다가올 30년의 역사를 어떻게 써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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