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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가는 이유”…‘2000억 매출’ 성심당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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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26.04.15 05:50:03

전국구 된 동네빵집 '성심당'…전문가가 본 성공 비결
①점포 확장 대신 대전 밀착·상생
②튀김소보로 등 전통·혁신 조화
③재료 아끼지 않은 고품질 제품
④빵투어·오픈런 스토리텔링 구축
⑤SNS·온라인 플랫폼 소통 강화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빵 하나로 대전의 상징이 된 ‘국민 빵집’ 성심당의 연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단일 빵집 브랜드로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선 건 성심당이 처음이다.

14일 성심당 운영사 로쏘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2629억원으로, 소비 침체 속에서도 전년(약 1937억 원) 대비 35.7% 증가했다. 올해는 연매출 3000억원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성심당의 매출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2020년 488억원에서 2022년 817억원, 2023년 1243억원을 기록하는 등 5년만에 5배 이상 매출을 키웠다. 영업이익도 2023년 315억원에서 지난해 644억원으로 매해 100억원 이상 증가하고 있다.

대전 동구 대전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성심당 가려고 대전에 간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사진=뉴스1).
성심당 ‘동네빵집’ 새역사 쓴다

“튀소(튀김소보로) 사려고 줄 섰다가 열차 놓쳤어요.”

대전역에서 자주 마주치는 광경이다. 기차를 놓친 승객의 팔 할이 성심당 대전역점에서 빵을 사려다가 늦은 사람이라는 일화는 여전히 유효했다. 지난 연말연초에는 딸기가 듬뿍 담긴 2.3kg 무게의 가성비 ‘딸기시루 케이크’ 열풍이 불면서 전국의 빵순이·빵돌이를 대전으로 불러 모았다. 대전역 KTX 승객 열명 중 한명꼴로 성심당 쇼핑백을 들고 있을 정도였다.

“성심당은 빵만 판 게 아니라, 신뢰·공동체·경험·혁신을 엮어 브랜드를 키웠다.” 지난해 4월 ‘성심당의 마케팅 전략 연구 보고서’를 펴낸 문승렬 조선대 미래사회융합대학 교수의 말이다.

문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성심당의 성공 비결에 대해 “결국 반복 구매의 핵심은 신뢰”라며 “성심당이 구축한 ‘로컬리티’(지역 정체성)와 ‘관계’의 DNA(유전자)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성심당”...신뢰의 마케팅 기술

문 교수는 성심당의 성공 요인으로 ①지역 유대 ②전통과 혁신의 조화 ③고품질 ④스토리텔링 ⑤디지털 마케팅을 꼽았다. 문 교수에 따르면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의 기원은 상징적이다. 고(故) 임길순(1대) 창업주는 1956년 가족과 열차 이동 중 대전역에 머물게 됐고, 주변의 도움으로 밀가루 두 포대를 받아 역 앞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시작한 작은 빵집은 ‘이익이 아닌 나눔’이라는 경영 철학을 세웠다. 문 교수는 “이 서사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성심당이 구축한 브랜드 정체성과 연결된다”며 “외식·도소매는 ‘확장(점포 수)=성공’이라는 통념이 강한 데 대전 성심당은 오히려 지역에 머물고 상생 전략으로 상징성을 키웠다. ‘대전=성심당’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전국 수요를 대전으로 끌어당기는 구조를 만들었다. 확장 대신 밀도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렬 조선대 미래사회융합대학 교수
성심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는 전통을 지키되 트렌드에 반응하는 이른바 ‘양손잡이(ambidextrous) 운영’에 있다는 게 문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성심당은 3대에 걸쳐 70년 운영하면서도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연함’이 그 비결”이라며 “대표 상품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다양한 제품군은 체류와 재구매를 만든다. 또 피드백을 통해 새 제품을 개발하는 게 고객들이 성심당을 다시 찾는 이유”라고 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맛과 크기 대비 합리적 가격대라는 ‘가성비’ 입소문을 탔다. 단팥빵, 소보로, 도넛을 결합한 튀김소보로는 전국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포장빙수(1983년), 생크림케이크(1985년)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품들도 꾸준히 사랑 받았다. 2023년엔 시루케이크 출시 등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문 교수는 MZ들에게 성심당이 인기 있는 이유로 “제품 구매뿐 아니라, 계획-방문-공유까지 포함한 경험의 서사에 있다”면서 “‘대전에 가야만 된다’는 희소성이 오픈런으로 이어지고, 단순 ‘구매’가 아닌 ‘빵지 순례’는 콘텐츠의 순환을 만들었다”고 귀띔했다. 또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젊은 층과 소통하고,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통해 고객 편의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누른 지역 빵집

남은 빵 전량 기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꾸준한 사회적 책임 활동도 ‘착한 기업’ 이미지를 견고히 했다. 성심당은 직원에 대한 다양한 복지 혜택은 물론 당일 판매하고 남은 베이커리는 모두 기부하고 있다. 문 교수는 “국내에서 창업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자영업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며 “브랜드 호감을 넘어 신뢰로 바꾼 성심당의 사례는 많은 기업들에 시사점을 던진다”고 했다.

동네빵집의 새역사를 쓰고 있는 성심당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과제는 뭘까. 문 교수는 “성심당의 강점은 신뢰를 만드는 운영방식에 있다. 빵의 품질과 전통, 혁신의 리듬이 신뢰를 지탱해왔다”며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을 고수하되 남은 빵을 전량 기부하는 성심당의 확고한 경영 철학이 이어져야 한다. 성심당 대표 메뉴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라고 했다. 이어 “창립 70주년을 맞은 성심당이 100년 장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단계별 성장통을 잘 극복해야 한다. 기업체질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중구 성심당 일대에 빵을 사려는 고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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