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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콘텐츠 사용료에 허리휘는 케이블TV

김현아 기자I 2024.02.25 18:31:36

방송 매출 연평균 2.28%주는데
콘텐츠 대가 연평균 5.5%씩 늘어나
공급처와 갈등겪다 채널 중단까지
OTT와 형평성 맞춘 법안과 정책 필요성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케이블 TV 산업이 위태롭다. 방송 매출은 연평균 3.28%씩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콘텐츠 업체에 내는 대가는 연평균 5.50%씩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나 지역 채널 운용 같은 케이블TV의 긍정적인 역할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5일 업계에 따르면 SBS미디어넷은 3월 22일 0시 이후 LG헬로비전 케이블TV 채널에서 SBS스포츠 및 SBS골프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 대가를 두고 갈등을 벌이다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콘텐츠 대가 문제는 지상파 계열이든 아니든 프로그램공급업체(PP)와 유료방송 업계간 치열한 입장차를 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의 방송매출은 매년 줄고 있어, 높은 콘텐츠 대가를 지급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이데일리가 방송통신위원회 재산상황공표집을 분석한 결과, 2017년~2022년까지 케이블TV 방송매출은 약 3300억원 감소했는데, 이는 연간 3.28%씩 줄어든 셈이다. 2017년 2조1307억원에 이르렀던 방송매출은 OTT와 모바일과의 경쟁으로 2022년 1조8037억원으로 줄었다.

반면에 동일한 기간동안 수신료 매출 대비 콘텐츠 대가 비중은 2017년 66.38%에서 2022년 86.75%로 상승했다. 연평균 5.50%씩 늘어난 셈이다. 이는 케이블TV의 수신료 매출 추이와도 대조된다. 케이블TV의 수신료 매출은 2017년의 8120억원에서 2022년에는 6150억원으로 연간 5.41% 감소했기 때문이다.

MPP와 지상파 계열 PP 횡포?


케이블TV 업계는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와 지상파 계열 PP의 욕심이 지나치다는 입장도 밝혔다. 힘이 약한 케이블TV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높게 받아 이를 재원으로 콘텐츠를 제작한 다음 인터넷스트리밍방송(OTT)에만 공급해 추가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TVING의 ‘술꾼도시여자들’, 웨이브의 ‘약한 영웅’, 넷플릭스의 ‘피지컬100’ 등은 OTT 독점 공급으로 제작돼 케이블TV에선 볼 수 없었고, MBC의 ‘트레이서’ 등은 지상파 실시간 채널과 OTT 동시 편성으로 OTT의 영향력만 강화했다.

케이블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 대가에서 제작비 인상 요소는 고려돼야 하지만, 영향력 있는 MPP의 경우 해당 법인과의 전체 계약을 고려해야 하기에 유통 중심의 계열 PP까지도 합리적인 대가를 주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해 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실시간 채널 시청률 중에서 지상파 및 계열 PP의 비중이 최근 10년 간 연평균 6.8%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료방송사로부터 받는 재송신료 매출액은 2013년 1254억원에서 2021년 4079억원으로 같은 기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OTT와 규제 형평성 맞춰야

케이블TV 산업의 어려움은 미디어 내부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바뀐 서비스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미디어 정책으로 인해 케이블TV가 지나친 공적 책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특히, 방송통신발전기금의 경우 2017년 이후 케이블TV의 위축된 사업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IPTV와 동일한 기금 징수율을 적용하고 있다. OTT가 한 푼도 내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케이블TV는 법적 의무로 인해 연간 천억 원 이상의 금액을 지역채널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미디어 산업의 안정적인 유지라는 관점에서 케이블TV 전반에 대한 규제 완화와 OTT와 규제 형평성 맞추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케이블TV 같은 유료방송 플랫폼은 방송 산업 전체의 모수 역할을 하는 상황”이라며 “OTT와 유료방송의 관계 재정립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통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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