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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구호가 난무했던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 주변은 요즘 조용하다. 평소 같았으면 1인 시위자, 대규모 집회, 청와대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이 일대가 복잡했을 테지만, 주말인 27일 오후 이곳은고요했다. 산책 나온 가족과 연인들만 간간이 보일 뿐 각종 피켓이 이곳저곳 늘어서 있었던 풍경은 이제 옛일이 됐다. 인근 사랑채 화장실에 부착된 ‘시위로 인해 화장실 이용 인원이 많습니다’는 글귀가 적힌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였다.
반면 약 700m 정도 떨어진 종로구 통의동의 상황은 다르다. 윤 당선인의 인수위가 자리를 잡은 금융감독원 연수원 중심으로 집회·기자회견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손팻말과 확성기를 든 1인 시위자와 유튜버 등이 시위를 벌여 일대가 시끌벅적했다. 인수위 정문 앞과 맞은 편 보행로에는 약 40m 정도 구간에 피켓이 길게 늘어서 있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민주노총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까지 각종 시민 단체들이 줄줄이 통의동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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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1번지’가 효자동에서 통의동으로 바뀌면서 두 동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만난 인근 주민 김모(33)씨는 “옛날에는 사람이 많아 복잡하고 정신 사나워서 오질 않았는데 이제는 한적해서 운동하러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5년째 1인 시위를 하는 60대 A씨는 “얼마 전만 해도 1인 시위자가 10~20명은 됐고, 집회도 많았고, 피켓도 늘어서 있었다”며 “지금은 나를 포함해 3명뿐인데 아마 다 통의동으로 빠졌거나 정권 바뀌고 그만뒀다”고 전했다.
새로운 집회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통의동 인근 상인과 주민은 우려를 표했다.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24)씨는 “날이 따뜻해져서 창을 열어두고 영업해야 하는데 시위대의 소음이 시끄러워 문을 열 수가 없다”며 “경찰 바리케이드 때문에 교통문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푸념했다. 인근에서 한복 집을 운영하는 진모(64)씨는 “바리케이드를 앞에 쳐놓은 것부터 너무 불편하다”며 “집회 소음뿐만 아니라 온종일 시동을 틀어놓는 경찰 기동대 버스 엔진 소음과 매연 탓에 가게 유리창도 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수위 인근 주민과 상인의 고심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임기가 시작해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현재 인수위가 꾸려진 통의동 집무실을 쓰겠다고 공언하면서다. 통의동서 한복 집을 운영하는 홍모(63)씨는 “청와대가 개방되고, 용산으로 집무실이 이전되면 손님들이 늘어날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경찰들이 왔다갔다하고, 시위 때문에 사람들이 이 동네 오기를 더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