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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9시17분께 특검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D빌딩에 출석한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합병에 찬성한 이유를 묻자 “특검에서 열심히 설명 드리겠다”고 답했다.
합병을 찬성하라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흔들며 “아니요”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의 지시였느냐는 후속 질문에는 침묵했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에 손해봤다는 의견에 동의하느냐’,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홍 전 본부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수사한 검찰은 홍 전 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했다.
특검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당시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총수일가에 유리하고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삼성물산에는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합병찬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당시 여느 때와 달리 의결권전문위원회 등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찬성의사를 내 논란을 빚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모녀 지원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배경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삼성은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박 대통령에게 합병찬성을 부탁했고 그 대가로 최씨 모녀를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과 삼성은 제3자 뇌물죄로 처벌받게 된다.
특검은 지난 21일 홍 전 본부장의 자택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복지부 연금정책국 사무실 등과 함께 압수수색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특검이 홍 전 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점을 미뤄볼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했을 가능성도 크다. 박 대통령과 삼성그룹에 대한 뇌물죄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