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지난 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가스공사(036460) 본사. 이 회사 6층 경영전략실 내 녹색성장팀의 최양미 팀장(46)이 팀원들과 전략회의에 한창이다.
"녹색성장 관련해 우리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외주용역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 도입을 위한 정부의 통합지침안에 대해 검토의견 작성은 끝났나요?"
조목조목 체크하고 있는 최 팀장은 지난 2월 직위공모제를 통해 발탁된 이 회사 최초의 여성부장이다. 주로 이공계 전공자가 대부분인 회사 특성상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이 8% 정도에 불과해 그동안 조직의 중추인 부장직급에 여성이 올라선 적은 공사 설립 27년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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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장은 "여성 인력에 대한 대외적인 요구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로 여성으로서 부장직에 발탁된 것 같다"면서 "이젠 다른 여직원들도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녹색성장팀 김유리씨는 "팀 특성상 업무영역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팀원 개개인의 정보와 아이디어 수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같은 관점에서 여느 남성 팀장들보다 조화롭게 팀을 잘 이끄시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가스공사는 지난 2월 공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인사혁신을 단행했다. 공채기수 파괴, 여성부장 발탁 등 조직의 혁신인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젊은 직원들이 중간관리자로 대거 올라섰다. 2급 팀장 3명이 전격적으로 처장급인 1급으로 발탁됐고 16명이 부장직에 올라서는 등 부장급인 2급 이상 179개 직위의 절반 가량인 85개 직위가 새 얼굴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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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조직슬림화도 병행했다. 2급 이상 간부의 5%인 9명이 경쟁에서 탈락, 아예 보직을 받지 못했다. 당사자로선 안된 일이지만 조직에 경쟁바람을 불러일으켜 생산성을 확대하고 조직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6개월 동안 본사 1층 로비 한 구석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개별 과제를 수행해야 했고, 지난 7월 재평가를 거쳐 이중 7명이 다시 팀원으로 배치됐다.
가스공사의 이같은 인사혁신은 경영진과 일반직원들의 의사가 모두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급 이상 직원들 중 무작위로 추출된 40~50명이 승진심사위원회를 구성하면 이들이 179개 직위에 적합한 인물을 스스로 정하는 방식이었다.
일부 민간기업에선 간혹 시행하는 제도이지만 공기업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승진이사를 단행한다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오근 인사팀장은 "보직을 못 받은 사람이 생겼다는 자체가, 조직에 경쟁풍토를 만들고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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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엔 각 사업장 대표로 선발된 32명의 직원들이 가스공사의 이 같은 인사정책에 대해 토론회를 진행한데 이어 9월에도 간부들이 모여 더욱 혁신적인 인사제도 개선을 위해 토론을 벌였다. 당시 토론회에선 "승진 자격시험을 각 직렬별로 치르게 하자, 차장급에도 근무평정 권한을 부여하자" 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경영진이 큰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가스공사는 과감한 인사혁신과 함께 성과연봉제를 확산, 조직 전체에 실질적인 경쟁바람을 일으킨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단순 가스 도매기업에서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공사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개혁의 일환이다.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은 "외형적으론 화려하지 않지만, 가스공사는 조용하면서 내실있는 혁신활동을 통해 생산성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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