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일 KT-KTF 합병이 있던 날. 이석채 회장은 합병의 기쁨보다 KT(030200) 앞날에 대한 고민을 우선 토로했다. 통합법인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정부출자기관으로 전환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던 13년전, KT는 국내 통신업계 1인자 였고 새롭게 시작한 이동통신도 신성장동력이었다. 당시 KT라면 매출·이익 모든 측면에서 성공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했다. IMF 외환위기에서도 IT붐에 따라 KT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다르다. 매출은 수년째 정체됐고, 사업환경도 경쟁체제로 변했다.
때문에 이 회장은 KT-KTF 합병을 계기로 KT그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에서 망을 기반으로 한 단순 사업구조를 탈피, 컨버전스에 기반한 글로벌 ICT 리더로 도약 하겠다는 목표다.
◇새로운 KT에 감탄하라, olleh!
요즘 TV를 보면 눈에 띄는 독특한 광고가 있다. 해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한 화면을 통해, 반전이 있는 유쾌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올레 광고다.
광고속에서 아들을 떠나 보내며 `와우(Wow)`를 외치는 부모, 하지만 아들과 아내를 함께 떠나 보내면서는 `올레(olleh)`를 외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동감하는 이들도 많다. KT가 이 광고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고객에게 놀라움을 넘어 더 큰 탄성을 자아내게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KT-KTF 합병으로 제2의 창업에 나서는데 걸맞는 신경영패러다임을 설명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올레(olleh)는 헬로우(Hello)의 역순으로 역발상을 뜻하기도 한다. 역발상의 혁신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KT 관계자는 "올레경영의 지향점은 고객을 위해 생각을 뒤집어보는 회사(역발상경영), 고객의 꿈을 실현하는 회사(미래경영), 고객이 마음을 읽는 회사(소통경영), 고객이 환호하는 회사(고객감동경영)"라면서 "이를 통해 주주·국가·임직원·사회·고객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석채 KT회장도 "올레경영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시작하지만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 "임직원들이 먼저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올레KT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룹사도 올레KT를 중심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시너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이것이 선행되지 못하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컨버전스 협력을 통해 글로벌 ICT 컨버전스 리더로 나가겠다는 목표는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이석채 회장의 비전 `3·3·7`
KT의 올레경영은 구체적인 내부 개혁을 통해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 임직원을 대거 적발해 징계하며 윤리경영의 날을 세웠다. 생산성 제고에 목표를 두고 호봉제 폐지 등 조직체계를 대폭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강하게 대립해왔던 노사간 관계를 협력관계로 반전시켰다. 대외적으로는 구매제도 개혁을 통해 협력사와의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개혁이 자리를 잡아가면 경영성과로 나타날 것이란게 KT의 기대다.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개혁을 추진하면 그것이 고객과 협력사의 신뢰로 돌아올 것이란 믿음이다.
KT는 이를 `3·3·7 비전`으로 구체화했다.
KT그룹은 오는 2012년까지 매출에서 올해보다 3조원 증가한 27조원, 영업이익률은 3%p 증가한 11.4%, 유무선통합(FMC) 가입자는 2009년말 예상치 대비 7배 이상 증가한 210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주력사인 KT는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한 컨버전스 사업 강화로 기업가치과 고객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홈기반 사업은 집전화·인터넷·인터넷전화·IPTV 등 윈도우간 연동으로 가정내 통합 IT 허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개인기반 사업은 WCDMA·와이브로·와이파이를 함께 제공해 정보·통신·여가·거래수단으로써 활용을 극대화 시키기로 했다.
기업대상 사업에서도 기존 통신서비스에서 서비스범위를 확대해 IT인프라에서 고객단말까지 맞춤형 IT 서비스·솔루션을 제공한다. 고객범위도 중소규모사업자·머신 투 머신(M2M)·공간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글로벌사업은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 위주로 진출을 가속화해국내 우수 중소기업과 연계한 동반진출 모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우위 자산에 기반한 사업 다각화도 함께 추진해 그린IT 사업, 보안·관제 사업, 부동산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석채 회장은 "합병은 KT와 KTF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컨버전스라는 시대의 요청이자 받아들여야 할 소명이었다"면서 "합병을 계기로 고객에게는 다양한 컨버전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를 무기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