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육산, 늙은 소나무 ‘흘끔흘끔’

경향닷컴 기자I 2009.04.01 11:54:00

강원 영월·평창·횡성 백덕산

[경향닷컴 제공] 태백산맥의 줄기인 내지산맥(內地山脈)에 속한 백덕산(白德山)은 강원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와 평창군 방림면, 횡성군 안흥면 등 3개 군에 걸쳐 있다.
 
▲ 백덕산 정상에 서면 인근 명산의 유장한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발 1350m의 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골이 깊은 데다 울창한 천연 원시림을 품고 있어 영서내륙의 명산으로 손꼽힌다.

능선 곳곳에 단애를 이룬 기암괴석은 노송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장쾌한 육산의 풍모에 빼어난 암릉미가 더해진 모양새다.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산죽과 자작나무 군락은 빼곡히 들어찬 활엽수림과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남북 사면으로 각각 물 흐름을 재촉하며 영월 주천강과 평창강으로 흘러드는 수계(水系)의 수량 또한 풍부하다.

지역민들 사이에서 ‘내륙 속에 숨겨진 신선의 놀이터’란 말이 회자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봄이면 능선 곳곳에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여름이면 계곡을 따라 연이어진 폭포와 소(沼)의 푸른 물줄기가 청량감을 더한다. 가을철엔 계곡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단풍이 일품이다. 특히 겨울철엔 많은 적설량으로 인해 곳곳에 설화가 만발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로 인해 등반 동호인들은 주로 가을과 겨울철에 백덕산을 찾는다.

▲ 법흥사 적멸보궁 전경
정상에 서면 고산준령의 유장한 능선을 굽어볼 수 있는 등 조망 또한 뛰어난 편이다. 
백덕산 남서쪽 연화봉 아래엔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등과 함께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법흥사(法興寺)가 자리잡고 있다. 신라시대 고찰인 법흥사는 오대산 월정사의 말사로 647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내엔 보물인 징효대사보인탑비를 비롯해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재인 징효대사부도, 법흥사 석분 등이 있다. 사리탑 옆에는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토굴도 있다. 사찰 주변의 소나무 숲길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산책로이기도 하다.

구봉대산, 백덕산에 오를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한 법흥사 입구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관음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백년산장~백년광산터를 거쳐 작은 계곡을 건너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오르면 2개의 암봉으로 이뤄진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이 능선길은 다소 가파르긴 하나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어 산행의 묘미를 더해 준다.

결국 법흥사를 거쳐 주계곡을 이용해 정상에 올라야 백덕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가리왕산을 비롯해 치악산, 소백산 등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선을 돌려 법흥리 골짜기를 내려다보면 세상살이에 찌들어 답답해진 가슴이 확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산길엔 활엽수림 속에 살포시 숨어 있는 천사폭포와 백년폭포의 아름다운 풍광도 감상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여유가 있다면 백덕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능선 5.7㎞지점 해발 829m 고지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법흥산성(法興山城)을 찾아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법흥산성은 법흥리와 거운리의 경계를 이루며 남동∼북서 방향으로 축조된 포곡식 산성이나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듯 성벽이 무너져 있어 아쉬움을 준다.

최근엔 불도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백덕산에 매료돼 산행을 즐긴 뒤 몽당연필(夢堂緣必·꿈을 이루려 당당하게 자신감을 가지면 그 인연은 반드시 이루어진다)이란 이색 슬로건을 내건 법흥사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단종 슬픔·김삿갓 풍류…산 아래 마을 ‘소곤소곤’

백덕산은 정상 부근의 암릉지대에 위치한 급경사 구간만 조심하면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안내표지판도 비교적 잘 설치돼 있어 가족단위 산행지로도 적당하다. 등반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4시간15분~5시간25분가량 소요된다.

대표적인 등반코스는 △문재~923.6봉~사자산~당재(운교 갈림길)~작은당재~정상~백덕산 갈림길~묵골 갈림길~묵골(4시간45분) △관음사~백련광산터~주계곡길~정상~묵골(5시간25분) △문재~사자산~당재~정상~당재~운교(4시간15분) 등이다.

대부분의 등반객은 평창군과 횡성군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문재터널 부근을 들머리로 택한다. 터널 입구에서 하차해 임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문재 방면 능선길에 이어 923.6봉에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이 코스에서는 사자산~정상 사이에 있는 급경사 길을 통과할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법흥사 입구 삼거리에서 관음사까진 승용차 이용도 가능해 이곳을 출발점으로 삼는 이도 많다.

백덕산 주변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곳도 많다. 가족을 동반했을 경우 조선시대 비운의 왕이었던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와 그 주검이 묻힌 장릉을 방문한 후 선암마을 한반도 지형, 방랑시인 김삿갓 유적지 등을 찾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충절의 고장으로 이름난 영월지역엔 별마로천문대와 4억년 전 신비를 간직한 고씨동굴, 동강의 백미인 어라연 등 연계 관광지가 많다.

귀갓길에 주천면 섶다리마을의 다하누촌을 들르면 저렴한 값으로 한우를 맛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백덕산을 찾으려면 영동고속도로~새말IC~평창방면 42번 국도~안흥~문재터널로 진입하면 된다.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신림IC~주천 방면 88번 지방도~창촌~주천교 건너무릉리 방면 좌회전~무릉리~법흥사 코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관련기사 ◀
☞한발 느린, 그래서 닳지 않은 ‘울진의 숨은 매력’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땅, 무궁화의 고장 홍천
☞섬진강을 가슴에 담고 즐기는 자전거 여행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