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기자] 한국거래소(KRX)의 차세대시스템 가동이후 발생한 채권부문의 시스템 오류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한국거래소가 채권관련 정보회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 공급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채권발행 데이터의 오류 발생시 수정하는 시스템도 미비해, 잘못된 데이터가 그대로 채권 관련 정보회사와 신용평가사들에게 남아 있어 시장의 혼란을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규 채권발행시 각 채권의 고유번호 등을 입력한 정보를 한국거래소가 독점적으로 취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이 취합된 채권 발생정보는 한국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이 채권 관련 정보회사와 신용평가사에 수수료를 받고 전송해주고 있다.
채권 발행정보 입력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다 보니 그 과정에서 기재를 잘못해 일부 오류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오류 발생시 한국거래소측이 자회사인 코스콤의 체크단말기에서만 수정을 하고 수정된 정보는 타 정보단말기나 채권정보업체, 신용평가사 등에는 전송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수정되지 않은 잘못된 채권 정보로 인해 혼선을 빚는 사례가 다반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간혹 발행된 채권번호가 잘못 입력돼 오류가 발생하면 코스콤의 체크단말기만 오류가 수정이 된다"면서 "코스콤으로부터 채권발행 정보 데이터를 받고 있는 타 정보단말기나 채권정보업체, 신용평가사 등은 오류가 발생한 데이터가 수정된 정보를 전송하지 않아 시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측은 자체 인력을 통해 오류정보를 수정했기 때문에 수정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코스콤이 오류를 수정한 정보를 제공하면 해결될 문제를 타 정보단말기와 채권정보업체, 신용평가사 등이 일일이 정보수정을 위해 채권발행사에 확인을 해야 하는 불필요한 노력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서 채권발행 정보를 독점하고 있지만 국내에 채권과 관련한 통일된 정보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 잔액이나 국채발행 잔액 등이 얼마나 되는지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금융위원회 등이 통계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내 채권시장이 정보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채권정보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채권이자를 지급하는 한국예탁결제원과 채권정보를 확인하는 작업만 하더라도 채권정보가 정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채권발행 정보를 독점하고 있지만 채권정보의 공공성에 입각해 정보제공 발전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면서 "이로인해 여전히 국내 채권시장 정보의 부정확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후진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중이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차세대 시스템 가동이후에는 체크 단말기와 타 정보단말기와의 시세 지연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거래소 장내채권 호가 데이타 시세를 비교해 보면 체크 단말기에 표출된 호가정보와 타 단말기에서 표출되는 호가정보 사이에는 5초 정도까지 시간 차이가 나고 있다. 전산 전문가들은 1~ 2초 정도의 시간차이는 발생할수 있지만 그 이상이라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정보단말기업체 관계자는 "동일한 정보분배시스템을 통해서 제공되는 정보가 눈에 띄게 시차를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시시각각 매매에 실시간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데, 늦게 도착하는 데이터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