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르메 팔츠`는 `물발`도 `물발`이지만,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건축학도들이 답사 올 정도다.(`테르메 팔츠` 제공) | |
중앙에 자리잡은 메인 풀은 섭씨 32도. 천장에서 푸른 조명이, 돌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란 조명이 물에서 맞닿아 어른거리니 수채화같다. 탕에 몸 담그고, 따끈한 국물로 속 데우는 한국 사람에게는 미지근하다고 느껴지는 온도다. 하지만 스위스 연인들은 그 정도 따뜻함에도 사랑이 녹아나는지 물 안에서 껴안고 키스하기 바빴다.
대부분의 유럽 스파는 18세 미만 출입 금지 구역이다. 이곳은 5세 이상 아이들도 입장 가능하다(입장료 어른 30스위스프랑, 어린이 20스위스프랑). 아이들 데려온 한 스위스인 부부는 42도 열탕 ‘파이어 풀’ 앞에서 “세상에, 너무 뜨겁겠다”면서 멈칫거렸다. 한국식 목욕에 단련된 내 피부에는 적당한 따뜻함인데. 14도 찬물로 채운 ‘아이스 풀’, 꽃잎 띄운 ‘플라워 풀’, 알프스 바라보는 야외 풀 등 크고 작은 풀이 6개 있는 아담한 규모다. 스파는 알프스를 향해 커다란 창이 나있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긴 나무 의자에 누우면 알프스가 시야에 꽉 찬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된 기분이다.
팔츠는 땅 속에서 30도 온천이 난다. 절반은 식혀서 ‘팔체르’라는 이름의 미네랄 워터로, 나머지 절반은 데워서 스파에 쓴다. 마시는 물과 스파가 똑같으니 수질은 보증수표다.
호텔 방과 스파만 예약하고 갔는데 아뿔사, 그 시골에 마사지와 테라피 예약도 꽉 찼다. 딱 하나 남은 게 솔트 스크럽(20분에 55스위스프랑). 마사지룸에 들어서니 침대에 하얀 시트 깔고 그 위에 투명 비닐을 덧깔았다. 부직포 팬티 달랑 입은 민망한 차림으로 누우니 몸집 좋은 스위스 중년여성이 손바닥에 물과 소금을 얹어 조금씩 내 몸을 문질렀다. 상처난 곳만 쓰렸고, 나머지는 때밀이 수건으로 미는 것보다도 감촉이 덜 거칠었다.
얼굴 빼고 온 몸이 소금으로 뒤덮였다. 투명 비닐로 몸 전체를 감싸고, 그 위에 하얀 시트로 덮은 채 가만 누워있으니 염장 고등어 된 황당한 기분도 들었다. 조금 지나니 몸이 훈훈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따뜻한 물로 소금기를 씻었다. 몸에 붙어있던 세상 먼지도 소금과 함께 사라지나보다. 비누칠 않고도 몸이 매끈하고 개운했다.
스파 입장료 포함된 호텔 1박 가격이 1인당 205스위스프랑(더블룸 기준). 그밖의 마사지와 탈라소는 55~255스위스프랑이고 별도로 예약해야 한다. 1스위스프랑=약 770원
●팔츠 가는 길
취리히에서 200㎞ 떨어진 알프스 산골이라 가기가 만만치 않다. 스위스철도(www.sbb.ch) 홈페이지에서 ‘취리히-일란츠’ 티켓을 왕복으로 구입한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쿠르(Chur)행 기차타고 1시간 15분, 다시 쿠르에서 일란츠(Ilanz)행 기차로 갈아타고 35분쯤 간다. 왕복 기차요금은 94스위스프랑(2등석).
일란츠에 내리면 바로 시외버스 정거장이 붙어있다. 팔츠(Vals)행 시외버스를 타고 35분쯤 가면 테르메 팔츠(Therme Vals) 정거장에 세워준다. 왕복 시외버스 요금은 22.80스위스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