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명수기자] "우리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기업의 80%)
"고객 감동을 느끼냐구요? 글쎄요"(고객의 92%)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베인 앤 컴퍼니가 `고객 중심 경영`에서 기업과 고객 간의 만족도 차이가 예상외로 크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베인 앤 컴퍼니가 전세계 362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은 80%가 "고객들에게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고객들은 8%만이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만족도 차이는 기업들이 고객 중심 경영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기업들이 제대로 된 고객만족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조사 대상 업체의 95%는 경영의 초점이 소비자, 고객에 맞춰져 있다고 답했다.
기업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객들이 그만큼 만족도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인 앤 컴퍼니는 우선 성장 중심 경영이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출과 순익을 늘리기 위해 각종 수수료를 부과하고 기존 핵심 고객을 `왕따`시키고 있다는 것.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서면서 경영 목표가 흔들리고, 결과적으로 핵심 고객을 뒷전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번째는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쌓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당초 고객과 한 약속을 지키고, 고객과 대화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렵다는 것. 고객을 잘 이해하기 위해 실행하는 각종 캠페인이 기업을 쓸모없는 데이터의 홍수 속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인 앤 컴퍼니는 이같은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해왔던 품질 및 서비스 향상 이외에 이른바 `3D` 전략을 추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3D는 ①정확한 전략을 정확한 고객에게 펼칠 수 있도록 디자인(Design)한다 ②그 전략을 최저의 비용으로 전달한다(Deliver) ③이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능력을 개발(Develop)한다로 정리할 수 있다.
◇디자인(Design)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전통적인 시장 조사, 소비계층 분류, 생산품 디자인에 능숙하다. 그러나 그 결과 오직 8%만이 고객 중심 경영에 만족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소비계층 분류를 다르게 디자인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유럽의 통신사인 보다폰은 거주지별로 소비자를 분류하는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대신 글로벌 마켓에 적용될 수 있는 고차원적인 분류를 선택했다. 즉, 일시적인 사용자와 젊고, 활동적이며,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으로 나눈 것. 첫번째 그룹의 고객에게는 직접적이고, 간단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두번째 그룹의 고객에게는 게임, 링톤, 뉴스, 스포츠 컨텐츠 등을 공급하는 것이다.
◇전달(Delivery)
기업은 모든 고객의 반응을 귀중한 재원으로 여기고,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인다. 이런 기업들은 고객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체적으로 의견을 수렵한다.
아일랜드의 수퍼 체인인 피어갈 퀸은 자사의 수퍼퀸을 운영하는데 있어 이같은 경영 전략을 우선시했다. 처음에 수펀퀸은 비용절감을 위해 빵 코너의 제빵시간을 오후 3시로 정하고 다음날 오후 3시까지 제조한 빵을 팔았다. 이 조치 이후 소퍼퀸의 매출이 급감했다. 수퍼퀸을 찾는 고객은 신선한 빵을 원했는데 단 한번의 빵 제조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것. 수퍼퀸은 이를 제빨리 알아차리고 4시간마다 신선한 빵을 공급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이후 매출과 순이익이 급증했다.
◇개발(Developing)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기업은 고객과 실질적인 대화를 한다. 구조적으로 서비스와 상품을 개선하고, 이를 검증 받는 피드백(feedback)이 고객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인튜이트는 이런 방법으로 세금계산 프로그램인 터보텍스의 매출을 증가시켰다. 인튜이트는 6000명의 핵심 고객을 확보, 이들과 상품의 개선 사항을 밀도있게 논의했다. 인튜이트는 "어떻게 하면 터보텍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고객들로부터 수집한 사항을 일일이 분석, 중요도 별로 서열을 매겼다.
인튜이트는 고객 분류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고, 터보텍스를 다시 다자인할 수 있었다. 고객들의 지지도가 높아졌고, 판매량도 27%나 늘어났다.
베인 앤 컴퍼니는 3D 전략의 디자인, 전달, 개발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각각의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이같은 활동이 고객 만족 경영에서 나타나는 기업과 고객의 만족도 차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