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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반도체 산업은 AI 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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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I 2026.08.11 0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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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기고
반도체는 AI의 중간재일 뿐
中기업도 본격적 시장 진입
AI산업 적극적 육성 없다면
생각보다 일찍 과점 깨질 것

주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 최근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놀랄 만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삼전닉스(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영업이익 기준으로 각각 146조 7000억원 및 98조 15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양사 모두 작년 한 해 이익을 이미 뛰어넘는 대단한 실적이다. 나아가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도 반도체 시장의 탄탄한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투자자들은 반도체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이고 ‘60만원 삼전’과 ‘400만원 닉스’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불확실성이 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의 가치 즉 주가는 현재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기대 실적에 더 크게 의존한다. 당장 하루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데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지는 불확실성은 말해 무엇할까. 그리고 지금 반도체 기업들이 잘나가는 이유는 인공지능(AI)이다. 즉 거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복잡한 연산 과정과 추론이 필요한 AI 시스템은 당연히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기본적으로는 엔비디아에서 만드는 비메모리 반도체도 필요하지만 그 주변에서 서포트를 해주는 메모리 반도체도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AI 시스템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사양이 높은 고기술 제품이어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이 기존의 중·저기술 제품보다 AI 시장 지향형 제품의 비중을 높이게 된다. 그러면 기존 중·저기술 반도체 시장의 공급이 줄고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현재 반도체 시장의 상황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촉발은 AI 유행이며 그에 따른 반도체 시장의 쇼티지(shortage, 공급 부족)가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그렇다면 반도체 산업은 어떤 방향성을 가질까. 반도체 산업의 슈퍼 사이클은 지속될 수 있을까. 반도체 산업의 특성, 즉 호황과 불황 간 진폭이 커 기복이 심했던 경험적 경로에서 이번에는 벗어날 수 있을까. 반도체 가격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이번 호황의 장기화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가격이 높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해 주저했던 반도체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너도나도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 여건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과거 반도체 공급자가 많을 때 시장 선도기업은 종종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진입을 막는 치킨 게임 전략을 구사했다. 그것이 지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소수의 공급자만 존재하는 과점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채산성이 맞아 그러한 치킨 게임을 할 수 없다. 기존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 시설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그동안 산업 내 존재감도 없었던 중국 기업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급증한 생산 능력이 초도 물량을 내보내는 단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결국은 시간의 문제이리라. 반도체 산업의 불변적 특성인 경기의 극심한 호·불황의 반복은 이번에도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많은 산업들이 그렇지만 이번에도 우리 기업들은 호황 때 바짝 돈을 벌어서 그것으로 불황을 견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높은 사이클 변동성을 부정하는 시각들이 많다. 이번 반도체 사이클은 그 수요처인 AI 시장의 고성장에 있기 때문에 탄탄한 반도체 수요가 그러한 불황을 막아줄 것이고 이제는 반도체 산업의 기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 말대로 AI 시장의 유망성과 AI가 반도체 수요를 촉발하는 힘은 강하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 생각해 보면 반도체 산업은 AI 산업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변압기, 케이블, 냉각기 등의 기자재와 같은 중간재일 뿐이다. 더 폄하를 한다면 데이터센터 구축물 기초공사에 들어가는 철근이나 시멘트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 반도체라는 중간재를 우리 기업들이 영원히 공급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어쩌면 생각보다 일찍 지금의 반도체 과점 시장 구조가 무너질 수도 있다. 우리가 반도체 호황에 시선을 뺏길 것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산업 혁명의 핵심인 AI에 대해 더 적극적인 시장 접근과 산업 육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담하건대 지금처럼 AI 산업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 없다면 수년 내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져 있을 것이고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이 주도하는 AI 시장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처지에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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