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지난 주말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물가, 금리, 환율 여건이 이미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상황에서 브로드컴 실적 발표, 엔비디아 Vera Rubin 플랫폼의 메모리 탑재량 감소 우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고용지표가 조정의 트리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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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인 Vera Rubin 관련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까지 겹쳤다. 지난 4일 SemiAnalysis가 Vera Rubin NVL72의 랙 단위 SOCAMM D램, 즉 시스템 메모리 용량이 기존 계획보다 절반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고, 이튿날에는 Rubin 플랫폼의 메모리 사양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루머가 확산했다. AI 서버의 메모리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번진 배경이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이를 AI 투자 사이클 전체의 둔화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봤다. 시스템 메모리 탑재량 조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가속기 출하량, 랙 단위 시스템 매출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2분기 실적 시즌에서 확인될 수주와 백로그, HBM 마진이 AI 인프라 업종의 추세를 판단하는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고용지표도 금리 부담을 키웠다. 미국 비농업 신규 고용은 17만 2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4.3%로 유지됐지만, 고용 호조가 확인되면서 연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시장 확률은 70%까지 높아졌다. 이에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성장주 부담이 확대됐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이번 고용지표 강세를 구조적인 노동시장 재가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레저·접객 부문 고용이 7만명, 지방정부 고용이 5만 5000명 증가해 두 부문이 전체 신규 고용의 약 73%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둔 일시적 서비스 고용과 지방정부 채용 확대가 지표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NH투자증권은 6월 시장을 ‘방향성’보다 ‘확인’이 필요한 시기로 규정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수급 교란 가능성, 워시가 주재하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 기조, 사모대출 펀드의 분기 말 환매 확대 여부, MSCI 국가 분류 리뷰, 2분기 실적 프리뷰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다.
핵심 변수는 워시의 통화정책 인식이다. 현재와 같은 물가와 고용 여건에서도 워시가 기존에 언급했던 논리를 유지할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워시가 AI 투자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수 있고, 임금과 절사평균 개인소비지출(PCE)의 하향 안정화를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NH투자증권은 워시가 매파적 동결보다 완화적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더라도, AI 투자가 잠재성장률과 생산성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금리 인상 우려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워시가 시장 기대와 달리 매파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시장금리는 추가 상승하고,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사모대출 시장 불안이 금융 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라고 평가했다. 워시가 과거 양적완화 확대에는 반대했지만, 이는 연준의 최종대부자 기능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자산을 활용한 실물경기 직접 부양에 반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기자금시장 경색이나 금융 시스템 위험이 나타나면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 안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국내 증시에 대해선 조정 이후 실적 차별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종은 최근 9주 연속 상승하면서 단기 과매수 부담이 누적됐고, 연준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차익실현과 포지션 청산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2분기 실적 시즌에서 수주와 백로그, HBM 마진 등 우량 AI 인프라 기업의 실적 모멘텀이 확인되면 업종 간 양극화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는 바이오 등 장기 듀레이션 업종보다 금리 민감도가 낮고, 현금흐름과 이익 가시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시장에선 삼성전자(005930)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과 MSCI 국가 분류 리뷰, 7월 SK하이닉스(000660) ADR 상장 관련 이벤트가 대기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수급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업종의 글로벌 접근성과 재평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 역시 시장 전체의 악재라기보다는 업종별 차별화 요인으로 봤다. 원화 약세는 국내 증시 전체 밸류에이션엔 부담이지만, 수출기업의 원화 환산 이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환율 상승이 내수주와 수출주, 원가 부담 업종과 환율 수혜 업종 간 실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6월에는 물가, FOMC, 사모대출 시장, MSCI 리뷰, 신규 상장과 수급 변화 등 확인해야 할 변수가 많다”며 “연준의 정책 기조가 명확해지기 전까지 금리와 환율, 성장주를 중심으로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정을 AI 투자 사이클의 종료나 한국 수출기업의 펀더멘털 훼손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6월 중·하순부터 2분기 실적 프리뷰가 시작되고, 7월에는 우량 AI 인프라 기업의 실적 가시성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