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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시작한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양국 재무당국 수장과 실무진이 참석해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공식 협력 채널이다. 회의에서는 양국의 경제 현황과 거시정책·세제·예산 등 관련 분야별 회의를 진행한다. 2017년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지속적으로 냉각하면서 그동안 교류가 끊겼다.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 관계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본은 정상회담 직후 반도체 3대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해제했다. 한국 정부도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이어 지난달 한국이 먼저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 일본을 다시 포함한지 4일만에 일본도 한국을 재지정 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상호 간 수출 규제를 한 지 4년 만이다. 이처럼 한일 관계가 속속들이 정상화 되면서 재무장관 회의에도 관심이 주목왼다.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여부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과 같은 비상시기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말한다.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같은 개념으로 위기 때 달러 등 외화 조달이라는 실질적인 역할뿐 아니라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것을 사전에 막는 심리적 안전판의 역할도 한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달러 규모로 시작됐다. 이후 규모가 점점 늘어 2011년 말 스와프 잔액이 700억 달러까지 늘었다. 당시 통화스와프는 2008년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데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에 따른 양국 관계의 악화로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이후 2015년 마지막 남아있던 100억 달러도 연장을 하지 않으면서 아예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투자자금 유출과 외환보유고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는 하나의 외환시장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이 21% 수준으로 100%를 넘는 홍콩·싱가포르에 비해 낮다. 환율 변동성이 크고 국제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엔화는 국제적으로 석유를 구입할 수 있는 기축통화인데다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만큼 달러와 더불어 다방면으로 위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당장 통화스와프 체결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양국 재무장관 회의가 이제 막 첫발을 떼는 상황에서 먼저 통화스와프를 꺼내면 그만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 27일 한국의 외환보유액에 대해 “3월말 기준 4260억 달러로 현재 세계 9위 수준으로 안정적 수준이고, IMF도 대외부문보고서, 연례협의 등에서 우리 보유액이 외부충격대응에 적정하다고 평가했다”며 외화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밖에도 이번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반도체와 배터리(이차전지), 모빌리티 등 신산업에서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