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소아청소년 급성백혈병 환자에게 개인별 적정용량의 항암제(부설판, Busulfan)를 투여하면, 전신방사선치료 없이도 성공적인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이지원 교수 연구팀은 44명의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서 전신방사선치료 없이 조혈모세포이식을 한후 치료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의 표준 치료법은 항암제 투여와 전신방사선치료를 한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신방사선치료 대신 항암제(부설판)를 투여하고 혈중 항암제 농도를 면밀히 체크하는, 개인별 맞춤 용량 투여법을 사용하며 조혈모세포이식을 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44명)의 생존율은 86.2%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신방사선치료를 적용하기 어려웠던 1세 미만 환자(12명)의 생존율도 83.3%로 높게 나타났다.
국제 이식등록기관에서 발표한 소아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의 조혈모세포이식 치료성적이 약 30-70%인 것을 고려한다면 본 연구 결과는 전신방사선치료 없이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혈모세포란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란 뜻으로, 혈액 내의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각종 면역세포를 만든다. 병든 조혈과정을 없애고 새로운 조혈기능을 위해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이 조혈모세포이식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고용량 항암제 혹은 전신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는 독성이 높은 고위험 고비용의 시술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는 전신방사선치료를 동반한 조혈모세포이식이 표준 치료로 알려져 왔다.
성장기 소아청소년은 완치가 되어도 전신방사선치료로 인해 성장장애, 갑상선질환, 백내장, 이차암 위험 증가 등 다양한 합병증을 겪는다. 최근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완치자의 장기 생존이 늘어나면서, 삶의 질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에서 전신방사선치료 없이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고 있다.
강형진 교수는 “해외에서도 부설판 항암제가 전신방사선치료의 대안으로 연구되어 왔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부설판의 용량을 고정으로 했기 때문이다. 부설판은 긍정적인 약 효과를 낼 수 있는 용량의 범위가 매우 좁다. 용량이 높으면 독성에 따른 위험이 크고, 낮으면 재발이나 조혈모세포이식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팀은 환자의 항암제 혈중농도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용량을 투여했다. 즉 약물 모니터링 기반 치료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악성 소아암 중에서도 가장 흔한 질환이다. 국내 소아에서 발생하는 백혈병은 한 해 약 370~380명인데, 이 중 250명은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다.(2011년 중앙암등록본부) 이중 재발을 했거나 진단 시 재발의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는 완치를 위해서 조혈모세포이식을 한다.
이번 연구는 조혈모세포이식 관련 ‘미국골수이식학회지’(Biology of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온라인 최신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