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기자] 펀드 환매, 세금 폭탄, 머니마켓펀드(MMF) 이탈…
자산운용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 이후 계속된 환매행진이 지수 1600선 돌파이후 강도를 더하가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펀드 비과세 혜택이 대폭 줄어들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금융위기 때 효자 노릇을 했던 MMF에서도 자금이 줄줄이 흘러나가는 등 업계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비과세 혜택을 연장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한편 펀드 투자자들 발길을 돌리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뾰족한 수는 없어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2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각 운용사들은 강도를 더해하고 있는 펀드 환매 및 정부의 펀드 세제혜택 축소 등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일 회의를 열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23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사상 최장을 기록했다가 18일 순유입으로 돌아서자 환매가 진정될까 기대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튿날 다시 유출로 돌아선 이후 강도까지 강해지자 빠져나가는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처럼 펀드 시장이 가뜩이나 위축된 가운데 내년 세제개편안으로 국내·외 펀드에 부과되는 세금마저 늘어 시름을 더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공모펀드의 주식 매매에 0.3%의 거래세가 부과되며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내년부터 15.4%의 소득세를 내야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투자전략이나 수익률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운용사의 한 임원은 "가뜩이나 펀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 세제안이 확정되면) 중소형사나 신규운용사 등 지방질이 두껍지 않은 곳은 혹독한 시기를 겪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대책회의야 늘 있는 것 아니냐"면서도 "특히 EFT나 차익거래펀드 관련된 인덱스팀은 연일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운용사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욕구가 워낙 강해 지수가 안정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환매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1700선에서 2000선 갈때 펀드로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됐다"며 "하반기중 펀드 자금이 추세적으로 다시 유입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가 1600선을 돌파했던 지난 25일 하루에만 국내 주식펀드에서 2400억원 넘는 뭉치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또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 비과세 혜택을 연장해 줄 것을 당국 등에 건의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앞서 언급한 대형운용사 임원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비과세혜택 연장을 건의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펀드 홍보를 강화나 신상품 출시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투자보다 펀드투자가 수익성이 높다는 인식이 생길 때까지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펀드 시장 규모가 작아 아직은 정부의 세제 지원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