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대는 차세대시스템)①거래소는 뭐했나

김춘동 기자I 2009.03.27 12:10:00

차세대시스템 삐걱 `준비소홀` 비난 봇물
`거래소의 코스콤 관리부재가 원인` 분석도
"시장정보독점 해소 등 근본적 처방 필요"

[이데일리 김춘동기자] 한국거래소가 지난 23일 야심차게 오픈한 차세대 IT시스템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차세대시스템 오픈 이후 국채호가와 시세정보 오류 등이 빚어지면서 충분한 준비와 안정화 과정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오류가 단순한 준비소홀이라기보다는 거래소의 자회사 관리감독 부재와 시장정보사업 독점에 따른 폐해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린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 차세대 개발과정서부터 우려 제기

차세대시스템은 그 동안의 개발과정에서부터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출발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차세대시스템 도입과 함께 향후 전산시스템 개발과 운영과정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코스콤이 발목을 잡고 나섰기 때문이다. 거래소와 코스콤의 갈등은 차세대시스템 개발과정에서도 문제가 됐다. 

당초 지난 1월 차세대시스템 오픈을 계획했다가 부랴부랴 오픈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오픈 3주전까지도 제대로 된 테스트 한번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별 증권사들의 준비가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준비과정이 소홀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피해는 거래소 일정에 맞춰 차세대시스템을 개발하던 증권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차세대시스템은 5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외부 감리업체 하나 없이 진행된 점 역시 석연찮은 대목이다.

◇ 논란의 핵심은 거래소-코스콤 갈등

차세대시스템 논란의 배경에는 거래소와 전산시스템을 대리 운영하는 자회사인 코스콤 간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거래소는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앞두고 코스콤과의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는데 실패했다. 가령 차세대시스템 가운데 시장관리시스템 개발은 경쟁입찰을 실시했지만 매매시스템 개발은 수의계약을 통해 코스콤에 맡겼다. 차세대시스템 운영도 거래소 주도가 아닌 공동운영에 합의했다.

특히 코스콤이 관할하고 있던 정보분배시스템을 차세대시스템에 편입해 직접 통합 관리하는 대신 코스콤에 2011년까지 그대로 위임하기로 했다. 정보분배시스템은 이번에 국채호가 오류를 일으킨 시스템이다.

코스콤의 정보분배시스템은 주식과 채권시장의 호가와 체결정보 등을 모아서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와 정보단말기 사업자에게 송출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코스콤의 주된 수익모델인 시장정보판매사업의 핵심 인프라인 셈이다.

코스콤의 정보분배시스템은 과거에도 빈번한 시세정보 오류를 일으켜 당연히 차세대시스템 개발과 함께 통합관리가 이뤄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 시장정보 독점판매 타당성 논란도

코스콤의 시장정보 독점판매에 대한 타당성 논란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거래소는 현재 코스콤에게 시장정보 독점판매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정보를 증권사와 정보단말기 사업자들에게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통신회선 끼워팔기와 오류 늑장대응 등의 다양한 불공정거래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스콤이 자체적으로 단말기 사업까지 영위하다 보니 경쟁업체에게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기형적인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코스콤이 독점권을 갖고 있는 시장정보 판매사업권은 2011년 거래소로 넘기기로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콤이 제공하는 시장정보는 증권선물 거래에서 비롯된 기초적인 거래데이터에 불과하고, 사실상 단일거래소 체제인 만큼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한데 폭리구조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 거래소의 자회사 관리능력 부재로 귀결

결국 이번 차세대시스템 논란은 거래소의 자회사 관리감독 능력 부재로 귀결된다는 평가다.

실제로 거래소는 코스콤의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코스콤이 핵심 거래인프라인 전산시스템 운영을 무기로 모회사인 거래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콤은 이미 거래소의 통제권 밖에 있다"고 단적으로 표현했다. 그 동안의 거래소와 코스콤의 잦은 납품 비리 역시 이 같은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진행될 감사원의 거래소 감사에서 그 동안 꾸준히 지적된 방만경영 뿐만 아니라 차세대시스템 개발과정에서 자회사 관리감독 문제와 폭리구조를 띠고 있는 시장정보 판매구조의 타당성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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