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출신으로 농업경영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까지 지내며 현장과 정책을 두루 아울렀다는 평가를 받는 정운천 전 농식수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한국 농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의논했다./ 편집자주(편집자주라고 적지 말아주세요)
“농업도 결국 산업입니다. 산업이 되려면 규모화하고 조직화해야 합니다. 생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가공과 유통, 판매까지 연결해 농민이 부가가치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합니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농사지을 사람은 줄고 있지만 농업정책(농정)은 여전히 개별 농가의 생산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운천 재단법인 활농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농업 자체가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농업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를 조직화·규모화하고 생산부터 가공·유통·판매까지 연결해 농민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가는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정 이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생산만 잘하는 농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농촌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개별 농가에 대한 지원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생산 넘어 유통·판매까지…“농협 역할 달라져야”
정 이사장의 이 같은 농업관은 농업인 시절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는 전남 해남에서 참다래 농사를 지으며 농가를 조직화하고 생산부터 선별·포장, 판매까지 연결하는 사업모델을 운영했다. 개별 농가가 생산에만 머물면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갖기 어렵지만 공동으로 상품을 만들고 유통까지 맡으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농업에 남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는 “농산물은 생산자가 가격을 정하지 못하고 경매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생산자가 포장해 상품을 만들면 2차 산업이고, 직접 판매하면 3차 산업인 만큼 농업이 산업으로 가려면 이 과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취임해 농업과 식품산업을 연계하는 데 힘을 쏟은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또한 농업을 산업으로 키우려면 이를 이끌 전문인력 육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관 재임 당시 한국농수산대학의 역할 확대와 농업인 교육 강화에 힘썼던 경험을 언급하며, 청년농에게 단순히 농지와 자금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경영·유통을 함께 이해하는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젊은 인력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며 “현장에 바로 들어가 농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한 뒤 실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장 경험과 경영 역량을 함께 쌓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농촌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청년을 유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의 규모화와 산업화를 이끌 차세대 농업경영인을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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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농협이 과거엔 농민에게 돈을 대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소비시장과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생산과 유통을 한 번에 연결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농촌 인력 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해 보급이 확대되는 스마트팜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시설과 기술만 공급할 게 아니라 생산한 농산물을 어디에 팔 것인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농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농협 개혁에 대해선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경제사업 강화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봤다. 중앙회장의 권한 분산과 독립적인 감사체계 구축도 필요하지만, 농협의 금융·조직 역량을 농산물 유통과 판매에 더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혁 성과가 결국 농가소득과 농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 이사장은 “농협이 가진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다”며 “제도를 조금씩 손질하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 농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큰 틀에서 농협의 역할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이 경제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성과 평가와 책임 구조도 함께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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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은 농업의 산업화를 위해 농지제도도 달라진 농촌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자유전 원칙의 역사적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농업인구가 크게 줄고 고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투기성 농지 취득은 막되 농업의 규모화와 경영 확대를 위한 농지 활용에는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이사장은 “과거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인구의 절반에 달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거나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 하지만 실제 농업을 규모화하고 산업화하려는 사람까지 규제로 묶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농업법인 등을 농지 취득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위는 걸러내되 농사를 짓고 사업을 키우려는 농업인에겐 농지 활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개정 양곡관리법엔 더욱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개정법은 정부가 매년 쌀 수급계획을 세우고 선제적인 수급조절에 나서는 한편, 불가피한 수급 불안이 발생하면 정부의 대응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이사장은 정부 개입에 의존하기보다 생산구조를 바꾸고 농가의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둬야 한다고 봤다.
정 이사장은 “양곡법은 시장경제를 말살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쌀이 남으면 정부가 사주는 방식보다 애초 생산구조를 바꾸고 농가가 다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으로 쌀 생산이 과도한 농지 일부를 태양광 등에 활용하되 외부 사업자가 아니라 농민이 지분과 수익을 갖고 농협이 금융을 뒷받침하는 모델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우리 농업이 규모만으로 외국과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조직화하고 차별화하면 품질과 유통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이제 농정도 농민에게 무엇을 더 지원할지를 넘어, 농업 자체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산업으로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천 이사장은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남성고·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이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식재단 초대 이사장 △제20·21대 국회의원 △재단법인 활농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