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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의회는 이날 숄츠 총리의 지난 11일 요청에 따라 그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표결을 진행한다. 신임 투표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에 시작해 3시 30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16일 오후 9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다.
연정이 붕괴한 데다 녹색당이 투표에 기권하기로 공식 선언하면서 숄츠 총리가 재적 의원 과반 이상의 신임을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내년 2월 조기 총선을 위한 첫 공식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숄츠 총리의 불신임이 확정되면 그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을 요청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21일 안에 의회를 해산하고, 60일 안에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까지 독일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언제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과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이 내년 2월 23일에 총선을 치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의회 해산을 공표할 전망이다.
이처럼 독일이 정치적 혼란을 맞이하게 된 것은 경제적 요인이 크다. 2025년 예산안 및 경제정책을 둘러싼 정당 간 갈등이 연정 붕괴로 이어졌다.
여론조사기관인 포어슝스그루페 발렌(Forschungsgruppe Wahlen)의 지난 6일 조사에 따르면 독일 유권자들 역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경제’를 지목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경제에 대한 우선 순위는 4위에 그쳤다.
또 응답자 가운데 약 43%가 독일의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이후 최고치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임에도 지난 6년 동안 거의 성장하지 못한 것이 유권자들로부터 정부에 대한 ‘염증’을 불러일으켰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SPD는 내년 조기 총선에서 제3당으로 밀려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중도 우파인 기독민주당(CDU)과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의 연합이 최대 정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2정당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사상 처음으로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CDU·CSU 연합의 지지율은 31%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는 AfD(20%), SPD(17%), 녹색당(11%) 등이 뒤를 이었다.
결과대로라면 CDU·CSU 연합이 제1정당이 되더라도 과반 이상 의석은 확보하지 못한다. 또다시 연정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CDU·CSU 연합은 연정 파트너로 SPD나 녹색당 중 한 곳, 혹은 의석 수에 따라 두 곳 모두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에도 독일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위원회는 내년 독일의 성장률이 0.7%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EU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낮다.
아울러 현재 독일은 연정 붕괴 이후 국정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숄츠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을 받더라도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직무대행 자격을 유지하지만, 핵심 정책에 대한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없다.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하는 정당이 없으면 연정 구성이 합의될 때까지 직무대행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엔 관세 인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까지 앞두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하면 독일의 경제적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는 독일을 비롯한 EU 경제를 다시 쇠퇴시킬 수 있다. 아울러 두 차례 연속으로 3개 정당이 연정을 꾸리게 되면 (내부 이견 등으로 정책 추진력이 떨어져) 경제적 반전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