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필리핀 정상회담, 안보 동맹 재확인…中견제 목표

김윤지 기자I 2023.05.02 09:36:15

바이든 "美 ''필리핀 방위'' 약속, 철통 같아"
필리핀 대통령 10년만에 방미…밀착 강화
"바이든, 中견제 위해 독재자子 손잡아" 지적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과 필리핀 정상이 수십 년간 지속된 안보 동맹을 재확인했다. ‘중국 견제’라는 공통된 목표를 통해 양국 간 밀착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를 포함한 필리핀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과도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남중국해를 두고 필리핀과 마찰을 빚는 중국을 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필리핀은 복잡한 지적학적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남중국해와 아시아 태평양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만큼 필리핀이 유일한 조약 동맹과 관계 재정립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공동성명에서 “1951년 양국간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의 필리핀 군대,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이 벌어지면 상호 방어 약속을 발동할 것”이라면서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는 국제 안보와 번영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청정 에너지 전환, 주요 광물 및 식량 안보에 대한 투자 강화를 위해 무역 및 투자 사절단을 필리핀에 보내고, 양국은 2024년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을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초대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10년 만이다. 로이터는 이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해 “양국 관계가 더욱 밀착됨을 의미한다”면서 “양국은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점점 더 공격적인 중국에 맞서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노골적인 친중 행보로 미국과 필리핀 관계는 악화됐으나, 지난해 6월 임기를 시작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다시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2월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를 위해 미군에 군사기지 4곳을 추가로 설치하도록 허용했으며, 양국은 지난달 말 남중국해 지역에서 ‘발리카탄’ 연례 합동 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필리핀 독재자’라고 규정했던 마르코스 일가를 ‘정치적 왕따’에서 ‘손님’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21년 집권 끝에 시민 혁명으로 축출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마르코스 가문의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설치됐던 필리핀 대통령 직속기구 바른정부위원회(PCGG)의 루벤 카란자 전 위원장은 “이는 마르코스와 미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라면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에 문을 열어줄 문지기로서 마르코스 주니어가 필요하고, 마르코스는 정권을 유지하고 외교적 면책을 얻기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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