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중단' 처음 시사한 캐나다…통화정책 변곡점 온다

김정남 기자I 2023.01.26 09:30:55

캐나다, 25bp 금리 인상 후 추후 중단 시사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 동결 기조 명시해
연준도 임박했나…이번 FOMC 주목도 커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만큼 이제 경기를 챙겨보겠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이르면 올해 봄 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BOC) 총재. (사진=BOC 제공)


◇BOC “인플레, 고비 넘고 있다”

BOC는 25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인 콜금리(overnight lending rate)를 기존 4.25%에서 4.5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직전 50bp와 비교해 인상 폭을 낮춘 것이다. BOC는 지난해 3월 긴축을 본격화한 이후 그해 7월 100bp 파격 인상했을 정도로 긴축 속도가 빨랐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는 호주, 노르웨이 등과 함께 25bp 베이비스텝 대결에 합류한 것이다.

캐나다가 긴축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캐나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8.1%를 고점으로 해 지난달 6.3%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치(2.0%)를 훌쩍 넘고 있지만, 물가 둔화 흐름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BOC는 올해와 내년 캐나다의 인플레이션은 각각 3.6%, 2.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BOC는 이날 통화정책성명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도 보인다”고 명시했다.

BOC는 더 나아가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BOC는 성명에서 “누적된 금리 인상의 영향을 평가하는 동안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높은 금리가 경제 활동을 둔화시킨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인상 중단 가능성을 명시한 곳은 캐나다가 처음이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며 “아직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멀었지만, 최근 진전은 우리의 확신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급격한 금리 인상이 과도한 수요와 과열된 노동시장을 위축시키는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캐나다는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1년도 채 안 돼 금리를 425bp 올렸다. 미국(425bp)과 함께 가장 가파르게 돈줄을 조였다. 뉴질랜드(400bp), 영국(340bp), 호주(300bp), 노르웨이(275bp), 유로존(250bp), 스웨덴(250bp), 스위스(175bp) 같은 전 세계 주요 통화국보다 긴축 속도가 빨랐다고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전했다.

BOC의 이번 결정은 통화정책의 중심이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가는 변곡점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맥클렘 총재는 “캐나다 경제가 약한 침체를 유지할 수는 있다”면서도 “큰 폭의 침체를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언제…중단 시기 ‘촉각’

맥클렘 총재는 다만 “이것은 조건부 일시 정지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리스크)가 현실화한다면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시장에서 나오는 올해 10월 인하설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를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그룹 데자르딘스의 로이스 멘데스 이코노미스트는 “BOC는 최소 몇 달간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이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다른 나라들에 빠르게 번질 게 유력하다. 당장 호주 중앙은행(RBA)이 인상 중단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타파스 스트릭랜드 내셔널호주은행(NAB) 경제담당 헤드는 “RBA는 앞으로 두 차례 25bp씩 인상한 후 동결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영란은행(BOE)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도 이같은 흐름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연준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연준이 다음달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에 나설 확률은 99.7%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올해 봄 인상을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금융시장은 반색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3%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도 통화 완화 기대감을 등에 업고 반등한 것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장중 낙폭을 줄이면서 0.02% 하락에 그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게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석학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등 거물 인사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하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연준 내 강경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한 번에 50bp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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