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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서 물거품된 혁신도시 시즌2…대전·충남 등 지역들 ‘전전긍긍’

박진환 기자I 2021.11.16 10:16:07

김부겸총리 "다음정부가 공공기관이전"…사실상 중단 선언
작년 혁신도시 지정 대전·충남 ‘무늬만 혁신도시’ 전락 위기

[대전·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공약이었던 ‘혁신도시 시즌2’가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을 기대했던 전국 각지에서 정부와 여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사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이전,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내용의 ‘혁신도시 시즌2’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대표 공약이었다. 특히 수도권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새로운 경제 활성화의 모멘텀으로 삼고자 했던 지방자치단체들 입장에서는 인구감소 및 경제침체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사라지면서 앞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쟁점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 다섯 번째)가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안동탈춤공연장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 개막식에서 청년기업 대표자들과 버튼을 누르며 축하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부겸 총리 “수도권 공공기관 지역이전 중단” 선언…전국서 반발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경북 안동 탈춤공연장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 개막식에서 “다음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할 수 있도록 현 정부는 기반을 만드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현 정부에서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사실상 중단하고, 다음 정부로 떠넘기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지방분권전국회의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공공기관들이 추가 이전 대상인지를 정해 로드맵이라도 발표해야 다음 정부에서 실행할 수 있다. 그 정도도 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는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해당 공공기관들의 노조 반발이 심하고, 공공기관을 유치하려는 지역간 갈등도 심하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전면적인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물거품되면서 이를 기대했던 지자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와 충북 충주시·제천시, 충남 공주시, 전남 순천시, 경북 포항시·구미시·상주시·문경시 등 전국 9개 도시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토론회’에서 채택된 공동건의문을 통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2018년 11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10 혁신도시 지방정부 연대회의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 부터 오른쪽으로),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원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지방 혁신도시 대표자들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전·충남 ‘무늬만 혁신도시’ 전락…민주당 소속 단체장·국회의원들 ‘모르쇠’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중단으로 지난해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대전과 충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혁신도시로 지정은 됐지만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늬만 혁신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해 공개적인 비판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과 충남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현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 지역 대부분의 국회의원들 모두 여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나 정부를 비판할 경우 공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해 계속 침묵할 경우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던 고(故) 이완구 전 충남지사나 염홍철 대전시장 등 당시 단체장들과 비교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입지가 약해질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추가 유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건의하는 수준에서 이 사안을 해결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시민단체와 정치권, 언론계 인사들로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도 관계자도 “현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유치가 힘들 것으로 보고, 내년 대선에서의 각 정당·후보의 주요 공약으로 반영하기 위해 관련 부서와 논의하고 있다”며 “기존 혁신도시들과의 연대도 각 지역간 입장이 달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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