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젊은피 수혈'

이진철 기자I 2014.12.28 19:48:37

불투명한 경영환경 내실 다지기.. '신상필벌' 원칙 강화
삼성·현대차·SK, 젊은피 수혈 세대교체
LG·롯데, 경륜있는 검증된 CEO 전진배치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국내 5대 재벌그룹인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가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조직재편을 마무리하고 2015년 도약을 위한 사업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5대 그룹은 불투명한 경영환경에 대비한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두고 지속성장을 위한 조직역량 강화에 중점을 뒀다. 성과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신상필벌’ 원칙도 강화했다.

삼성·현대차·SK는 ‘젊은 피’ 수혈을 통한 세대교체에 나섰고, LG·롯데는 경륜있는 검증된 인재를 핵심 사업에 전진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 삼성, 사장 승진자 1960년대생.. 젊고 참신한 인물 중용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한 첫 인사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삼성그룹의 올해 사장 승진자는 1960년 이후 출생자로만 채워져 변화를 선도하고 지속성장 기반을 구축할 참신한 인물 중용의지를 담았다. 사장단으로 승진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53세, 전영현 삼성전자 사장과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각각 54세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전영현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용퇴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 3인방인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신종균 사장은 모두 유임시켜 조직안정을 택하면서 재도전의 기회를 줬다. 그러나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경영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CEO는 교체해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했다.

삼성그룹의 올해 임원 승진자는 353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247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었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 현대차, 사장단 수시인사.. 임원 발탁인사

현대차(005380)그룹은 올해 안병모 기아차 미국총괄 사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여느 해보다 많은 수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아울러 부사장이었던 최성기 현대차 중국총괄,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이 수시인사를 통해 모두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원희 사장은 54세로 제조업 특성상 연륜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문화에서 1960년대생으로 처음 현대차 사장단에 포함됐다.

사진 왼쪽부터 안병모 기아차 미국총괄 부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현대차그룹은 433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켜 지난해(419명)보다 규모는 늘었지만 역대 최대인 2012년(465명)보다는 적었다. 하지만 이사대우 승진자 160명 중 34명을 연차와 상관없이 승진하는 발탁 인사를 실시했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공영운 현대·기아차 홍보실장과 조원홍 현대차 마케팅사업부장은 모두 1964년생으로 50세의 젊은 부사장에 올랐다. 조원홍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010년 직접 영입한 인물로 현대차의 브랜드 슬로건 ‘리브 브릴리언트’와 ‘모던 프리미엄’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재경부문과 연구개발(R&D)부문의 승진자가 많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 김견 기아차 기획실장, 송충식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엔화약세 등 글로벌 환율 변동성이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재경부문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LG, 차기 CEO 후보군 늘려.. 오너 4세 승진

LG그룹은 단기성과 보다는 시장선도를 위한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한 역량있는 인물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7명이었던 사장 승진자는 올해는 LG전자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 LG디스플레이 여상덕 최고기술책임자(CTO), 서브원 이규홍 대표이사 3명으로 줄었다.

반면 부사장 승진은 올해 13명으로 전년(9명)보다 늘어나 차기 CEO 후보군은 두터워졌다. LG전자(066570)가 가장 많은 6명의 부사장 승진자를 배출해 올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실적개선 성과를 인정받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구본무 LG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주)LG 상무, 하현회 (주)LG 사장,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사장,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사장,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
LG그룹은 전통적으로 CEO의 연륜을 중시해 1948년생인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변화가 없었다. ㈜LG 대표를 맡았던 조준호 사장이 LG전자 MC사업본부장으로, LG전자 HE사업본부장이었던 하현회 사장은 ㈜LG 대표로 교차인사를 단행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37세) LG 시너지팀 부장이 상무로 승진해 임원대열에 합류하면서 오너 4세 경영시대 준비에 나섰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 SK, 젊은 CEO 세대교체.. 롯데 ‘제2롯데월드’ 성공에 초점

SK그룹은 최태원 회장(54세)보다 젊은 CEO로 세대교체를 이뤘다. 그룹의 핵심 사업영역인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등의 실적악화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의 CEO를 과감하게 바꿨다.

사진 왼쪽부터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정호 SK C&C 사장
올해 사장으로 발령난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 장동현 사장과 지주회사인 SK(003600)㈜의 최대주주인 SK C&C의 박정호 사장은 51세로 동갑내기다. 유정준 SK E&S 사장(52세),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52세)도 최태원 회장보다 연배가 아래다.

SK그룹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에서 임원 승진규모를 축소해 성과주의 인사 기조를 반영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
롯데그룹은 인사초점을 숙원사업인 123층 규모의 잠실 ‘제2롯데월드몰’ 성공에 맞췄다. 사업을 맡은 계열사인 롯데물산 대표에 그룹 최고참 CEO인 노병용 대표를 발탁했다.

노 대표는 롯데마트를 7년째 이끈 유통업계 최장수 CEO로 연륜과 안정적인 조직 관리에 두각을 보여왔다. 롯데월드몰 운영을 책임지는 롯데물산을 노 대표에게 맡겨 끊이지 않는 안전성 논란 시비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교체한 반면 성과를 낸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와 롯데홈쇼핑 강현구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시켜 공로를 인정했다.

롯데그룹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외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임원 직급을 기존 7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한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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