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블딥 우려에 벌써부터 `구두쇠 모드`

양미영 기자I 2011.08.11 12:45:00

소비·지출 더 줄이고 현금 쌓아
경기후퇴시 회복 어려울 수도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증폭되면서 미국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일찌감치 씀씀이를 줄이고 현금을 쌓고 있다. 아직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미리부터 지갑을 닫으면서 경기후퇴(recession)가 왔을 때 회복이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수주 사이 금융시장이 급격히 가라앉자 많은 기업과 소비자가 이미 경기후퇴가 임박한 것으로 가정하고 현금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며 이런 경향이 더 심화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장비회사인 티렉스는 이미 수주 전부터 각 지사에 감원 계획을 세우라고 요청했다. 론 드페오 티렉스 CEO는 "시장의 반응처럼 기업들도 똑같이 느낀다"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기 오래 전부터 불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더욱 씀씀이를 줄일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씨푸드레스토랑업체인 핀즈의 조지 카레이는 "여름 성수기로 최근 매출이 다소 늘었음에도 불구, 와인 주문량을 줄이고 더 싼 와인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과거 엔론과 월드컴 사태,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의 암살 후 아주 급격하고 짧은 경기후퇴가 왔다"며 "현재 모든 이들이 투자를 미루는 것은 이와 비슷한 경기후퇴를 준비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지출 축소는 물론 현금 확보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마켓워치와 팩트셋리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구성 30개 기업 가운데 24곳의 현금 및 단기투자 규모는 전년대비 18%나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난 2분기 말 보유 현금은 520억달러로 전년대비 43% 급증했고 존슨앤드존슨과 셰브론은 각각 38%와 36% 늘었다.

이들은 공장 축소나 임금을 줄이는 식의 비용절감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소비 감소와 신용시장 악화 등에 대한 대비 목적도 깔렸다. 빌 스톤 PNC자산운용 스트래티지스트는 "기업들 사이에선 금융위기 기억이 아직 선명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현금 보유를 더욱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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