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성호 김자영기자] 정부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강북 아파트값도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 초 급등세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일부 급매물이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24일 강북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상계주공6단지 79㎡는 최근 2억8000만원 정도의 급매물이 등장했다. 올 4월 최고가(3억2000만원 선) 대비 4000만~5000만원 가까이 떨어진 것. 급매물이 아닌 경우에는 3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3억7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라갔던 상계주공3단지 79㎡도 최근엔 3억원 안팎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급매물의 경우 2억7000만원 선에도 나온 경우도 있다.
중계 주공5단지 79㎡는 현재 3억~3억5000만원 선. 올 봄 대비 평균 2000만~300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도봉구 창동도 마찬가지다. 현대타운 92㎡는 10월초 3억원에서 현재 2억8000만원으로 가격이 주저앉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노원구는 지난 8월 22일 주간변동률이 -0.01%로 처음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후 하락세가 계속 이어졌으며 특히 대책이 발표된 이번 주(10월 4째주)의 경우 하락률이 -0.11%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강북지역의 하락세는 일부 급매물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여름까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급매물이 최근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올 봄 집값 상승의 진원지였던 상계동 대다수 아파트는 단지마다 1-2건씩 급매물이 등록돼 있다.
2-3년전 투자를 위해 집을 사놓았던 2주택자 등 집주인들이 대출 비율이 높은 일부 아파트를 시장에서 급매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노원역 인근의 S공인 관계자는 "노원구 쪽에 집을 산 사람들이 회사원 등 근로소득자들이 많아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집값이 저렴할 때 대출을 받아 산 사람들이 상승 여력이 보이지 않고 금리가 높아지자 집을 내놓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거래는 거의 성사되지 않고 있다. 정부 대책이 발표됐지만 대책에 따른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해 매수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위기설 등으로 매수문의조차 뚝 끊긴 상황이다.
상계동 G공인 관계자는 "급급매로 5000만원 떨어뜨린 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거래가 되지 않으니 시세라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중개업자들은 강남과 같이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중소형아파트가 많은 지역이어서 경기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실수요는 꾸준히 뒷받침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2-3년전 이 지역의 집값은 3.3㎡당 700만~800만원 대에 불과해 대출 규모가 강남에 비해 적다는 것도 집값 급락을 막는 이유다. 같은 100㎡대에 살고 있더라도 강남지역의 대출 규모는 2억~3억원 정도로 높지만 강북지역은 5000만원 안팎에 불과해 이자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