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미국의 지방정부가 퇴직 공무원들에게 지불해야 할 의료지원 혜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이르면 내년부터 파산을 맞는 도시가 속출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미 정부회계기준위원회(GASB)가 이 같은 우려를 반영, 모든 지역정부에 예상 퇴직자 복지비용의 합계를 산출하고 그 결과를 정부채권 보유자와 납세자들에게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이 법안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공무원 복지혜택이 대대적인 삭감되는 등 강력한 경제 사회적 반향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의 대부분의 미국 주정부와 시정부는 퇴직공무원 의료보험 비용을 적립하지 않고 현직 공무원들에게서 돈을 거둬 퇴직자에게 보험료를 지급하는 부과방식(PAYG·Pay-as-you-go)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컨설팅 전문업체인 `머서 휴먼 리소시즈(MHR)`의 보험회계사인 스티븐 맥엘해니는 베이베붐 세대가 퇴직하기 시작하는 현재 시점에서 지방 정부가 부담해야할 총 건강보험 비용이 1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는 엄청난 부채이며 만약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회계법 하에서도 지방정부가 별도의 보험료를 적립해야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각 기관은 향후 30년 동안의 자금 조달 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를 공개해야 한다.
신문은 만약 지방정부가 실행가능한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지방정부는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채권을 발행할 수 밖에 없어 재정조달이 더욱 어려워진다. GASB가 추진중인 이 법안은 2년 안에 발효될 예정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세금인상을 경고하는 한편 공무원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새 법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지방정부와 정부기관들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파산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미네소타주 덜루스시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덜루스시는 지난 1983년 모든 교사와 소방관 등 시 공무원들에게 사망시까지의 무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밀 회계조사를 벌인 결과 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함을 파악했다. 최근 3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퇴직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총 비용이 시전체 예산의 2배가 넘는 연간 1억7800만달러에 달하며 그 비용이 계속 불어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허브 버그슨 덜루스 시장은 결국 "정부는 과거 약속했던 보험료를 지불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모든 돈이 건강보험 사업에만 들어간다면) 덜루스시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