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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르 연 3.5%로 동결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전망한 것과 일치한다.
한은은 작년 1월 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린 이후 1년 4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는 ‘최장 금리 동결’ 타이기록이다.
한은은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 흐름을 점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전년동월비 2.9%를 기록해 전월(3.1%)보다 둔화했지만, 작년 7월(2.3%) 저점을 찍은 뒤 3%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움직임과 농산물가격 추이 등 관련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진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근원물가는 지난달 전년동월비 2.3% 상승하며 지난 2월(2.5%)과 3월(2.4%)에 이어 둔화세를 이어갔다. 다만 6월부턴 근원물가를 낮췄던 작년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둔화세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근원물가는 작년 4월(3.9%)과 5월(3.8%)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이다 6월(3.3%) 크게 떨어진 바 있다.
◇원점 재검토된 통화정책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다. 그는 “다시 원점이라고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4월 당시와 상황이 바뀌어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4월 통화정책방향이 5월 통화정책방향의 근거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던 기존 입장을 재검토한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국내 깜짝 성장, 원·달러 환율 변동성 등 세 가지 전제가 변했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연준과의 통화정책 탈동조화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2월까지만 해도 5~6월로 예상됐지만, 미국 경제지표가 강하게 나오면서 11월까지 밀렸다. 최근엔 고용, 물가지표가 둔화하자 9월에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깜짝 성장’을 한 것도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1분기 GDP는 전기비 1.3%를 기록, 시장 예상치(0.5~0.6%)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는데, 2% 중반대로 상향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성장 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명분이 약해진 셈이다.
그나마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은 안정되는 분위기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하면서 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한 때 140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1360원대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