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예산안이 원내 제1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신)의 반대로 번번이 막히며 고전하자 여당은 당시 원내 제3당이자 교섭단체인 국민의당과 손을 잡고 법정시한을 나흘 넘겨 2018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처리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169석을 차지한 공룡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 사업 예산을 대거 칼질하자 여당과 정부는 손을 놓고 쳐다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넘긴 적은 있지만 정기국회 기한을 넘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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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여당 의원을 비롯해 소관부처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불참했다. 앞서 국토위 소위에서 이재명표 임대주택 예산 증액, 현 정부의 분양주택 예산 삭감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로 열린 것이다. 결국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예산은 마지막 심의 관문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지만, 여당은 여전히 예결위 예산소위도 불참하며 맞서고 있다. 또 정무위원회에서도 현 정부가 총리 직속으로 만든 규제혁신추진단 예산 및 보훈처 지원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여당이 반발하며 예결위에서도 불참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이 여당인 시절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여에 걸쳐 7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당시 정치권과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며 “당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방문해 설득과 협의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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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는 “소수 여당이 거대 야당을 상대로 국회에서 협상의 레버리지를 일으킬만한 동력이 제한돼 있다는 의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에 임하자는 약속이 깨진 것이 예산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9월 1일 정기국회가 열리면 즉각 국회예산정책처와 논의하고, 경직성 예산과 사업성 예산을 나눠 심의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