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경기침체 피하려면 인플레부터 막아야"…통화정책 권위자의 조언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내년과 내후년까지 높은 물가를 걱정해야할 상황일 겁니다.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데엔 경제 불황이라는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인플레이션 안정을 택해 보통 수준의 경기 침체를 겪는 것이, 고물가 시대를 지연시켜 더 큰 경기 침체를 불러 오는 것보다 낫습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4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4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시장에 애매모호한 정책 시그널을 주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대응이 통화정책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이후 국내외 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윤 교수는 국내 통화정책 분야에서 첫 손에 꼽히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가시화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윤 교수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대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인플레이션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그런 점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우선시 한다는 시그널을 명확하게 줘야 실제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수 있고, 금융시장에서의 혼란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는 것처럼 하면서도 경기 침체를 너무 걱정하는 말들을 내놓으면 시장과 소통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다”며 “물가 안정을 하겠다고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정책) 결정을 해야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실질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잡을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금융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미국 정책금리보다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