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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10일(현지시각) 아이팟 시리즈의 마지막 모델인 ‘아이팟 터치’를 단종한다고 밝혔다.
2019년 출시된 7세대 아이팟 터치 이후 3년 넘게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남아 있는 재고까지만 판매하고 이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01년 10월 23일 출시된 아이팟은 올해로 출시 21년째를 맞았다. CD 플레이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당시 아이팟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기기였다. 시중에 MP3 플레이어가 나오고 있었지만 저장 용량이 크지 않아 수십곡을 담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이팟은 1000곡을 저장할 수 있는 5기가바이트(GB) 용량에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단숨에 이목을 모았다. 가격은 399달러(액 51만원)로 상당히 고가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이팟 출시 당시 애플은 겸손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사고 싶어하도록 만다는 음향 기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예상과 달리 아이팟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이팟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2000년대 내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아이팟은 애플의 상징과도 같은 심플한 디자인을 대중에게 인식시켰으며, 개인에 초점을 맞춘 애플의 기업 철학을 널리 알렸다. 하드웨어(아이팟)와 소프트웨어(아이튠즈)를 아우르는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점도 증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팟의 성공으로 아이폰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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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아이팟의 시대가 저문 것은 아이폰의 등장 때문이다.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휴대폰으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자 아이팟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졌다. 아이폰에 비해 조금 더 휴대성이 높긴 했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굳이 2개의 기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기술 연구 전문 벤처캐피털인 루프 벤처스에 따르면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을 선보인 이후 약 4억5000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300만대가 팔렸는데, 같은기간 아이폰의 판매량은 2억5000만대로 추정됐다.
기술 자문회사인 CCS인사이트의 벤 우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었을 때 궁극적으로 아이팟의 종말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