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같은 시도에도 집값은 급상승을 멈추지 않았다. 시장이 대세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정부가 유동성을 풀고 있는 상황에 어떤 규제를 내놔도 먹힐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올 연말 들어 집값이 주춤한 것은 시장 주기가 완만한 상승기로 접어들었고 여기에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 정부의 돈줄 조이기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기를 억제하고 다주택자를 때려잡는 식의 정책이 통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공급 정책만 해도 그렇다. 문 정부가 지난 2월 4일 내놓은 대표적인 공급정책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가시화된 곳은 9곳에 불과하고 공급량도 1만4000가구 수준이다. 주된 원인은 공공이 주도하다 보니 민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은 시장 반응이 뜨겁다. 민간이 주도하고 사업 초기에 공공이 개입해 사업 속도를 높여준다는 점이 시장에서 통했기 때문이다. 공급도 공공이 주도하면 삐걱거린다. 민간, 즉 시장에 맡겨야 한다.
역대 정부 정권 중 부동산 시장을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평가받는 게 김영삼 정부다. 비결은 특별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않고 시장에 맡겼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당시는 부동산이 큰 이슈가 아니었고 금융실명제와 군 개혁 등 굵직한 현안들이 많아 부동산 정책을 내놓지 않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저마다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이기려는 정책 말고 가격이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지는 것을 막는 속도조절과 자본이 부동산 외에 기업투자 시장으로 다양하게 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동성 총량관리, 꾸준한 주택공급, 자본시장 선진화 등이다.
차기 저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시급히 행해야 할 일이 있어 당부한다. 바로 분양가 상한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책정은 소수의 수분양자에게 혜택을 몰아줄 뿐 아니라 공급 속도를 늦추는 대표적인 반시장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