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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최규선 회장이 옥중 경영을 하고 있는 썬텍이 위기에 몰렸다. 압연 롤 생산을 맡는 화성시1·2공장이 수개월째 운영자금 부족으로 생사기로에 놓였지만 최 회장이 오히려 자금줄을 전면 차단하고 직원 임금마저 체납하고 있기 때문이다. 썬텍뿐 아니라 관계사인 썬코어 또한 유동성 부족으로 대출금 이자를 못 갚는 실정이라 썬텍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과금도 제대로 못내는 화성공장…“다음 달 공장 전면 중단”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썬텍 화성시1·2공장이 운영자금 부족으로 최근 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화성공장 관계자는 “운영자금 부족으로 매달 나가는 공과금과 전기세, 자재비 등의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 6일부터 공장 생산이 중단된 상태”라며 “일부 잔업은 진행되고 있지만 다음달 내 전면 중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사업운용본부에 운영자금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며 “직원들 월급도 체납된 상태라 현장 직원들의 사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썬텍은 철강 압연용 롤 제조업체로 2002년에 설립돼 2010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25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적자를 내고 말았다. 화성공장 관계자는 “2003년부터 흑자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에도 78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생겼다”며 “최 회장이 경영한 뒤 재무상태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썬텍은 지난 2015년 주식양수도 계약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으로 에이블리에 주식을 전량 매도했고 지난해 5월 2차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따라 에이블리에서 두나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이 때 최규선 회장이 썬텍의 단독 대표이사로 취임, 현 경영진을 꾸렸다.
화성공장측은 재무상태 악화의 원인으로 관계사인 썬코어와 썬코어 자회사인 도담시스템즈에 최 회장이 무리하게 자금을 대여하고 출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최 회장은 썬코어 대표직도 맡고 있다. 썬텍은 지난 3월 이사회 결의로 썬코어가 유상증자하는 보통주 450만1607주를 1주당 1555원, 총 69억9999만원에 인수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썬코어 종속회사인 도담시스템스와의 자금거래를 통해 90억원을 대여해줬다.
◇“증자 반대후 대표 해고-자금줄 차단”…사측 “투자유치로 정상화”
문제는 이같은 관계사 지원에 반대한 전임 대표가 해고되고 자금줄이 전면적으로 끊긴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화성공장 한 관계자는 “화성공장을 이끌었던 한재광 이사가 수년째 적자를 내는 썬코어의 유상증자 참여에 반대한 뒤 해고됐다”며 “특히 한 이사가 입사할 당시 받아둔 사임일자 미기재 사임서를 이용해 본인 의사도 묻지 않고 사임시켰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건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거래정지 상태인 썬코어는 지난 2013년부터 연이은 적자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놓인 바 있다. 현재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에 따른 상장폐지를 면한 상태다. 다만 감사의견 적정은 아니라 상장폐지가 오는 8월 감사보고서 제출기한까지 유예된 상태다.
그러나 썬텍 서울 사업운용본부 관계자는 “최규선 대표가 사임한 뒤에도 한 이사가 화성공장을 운영하면서 갈등이 생겼다”고 반박하면서 “경영진간의 문제라 자세한 사항은 알려줄 수는 없지만 앞으로 투자 유치를 통해 공장은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썬텍은 경영권 분쟁 소송 등으로 인한 결정에 따라 다음달 16일 최규선 대표 해임 건을 놓고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