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삼성생명(032830) 지분이 문제였다. 이 회장이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차명재산을 단독 명의로 변경했으니 자신의 몫인 삼성생명 지분 824만주 등을 돌려달라는 게 이씨 주장이다.
삼성생명 지분을 둘러싼 범(汎) 삼성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3년 이씨의 제일제당(현 CJ(001040))이 삼성에서 독립할 때도 삼성생명 지분 문제로 양측이 떠들썩하게 싸웠다.
◇ 삼성생명 가격 두고 수차례 충돌
제일제당은 당시 비상장사였던 삼성생명의 지분 215만주(11%)를 삼성에 넘기는 과정에서 "주당 20만원은 받아야겠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5만5000~5만6000원이면 충분하다"고 맞섰다.
삼성 측은 제일제당이 삼성생명 지분 가격을 너무 부풀린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사겠다는 사람과 팔겠다는 사람의 가격 차이가 네 배나 벌어진 거래가 성사될 리 없었다.
제일제당의 분가 선언이 나오기 5년 전인 지난 88년에도 범 삼성가에선 삼성생명 지분을 둘러싼 묘한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신세계와 제일제당은 각각 삼성생명 지분 29%, 23%를 갖고 있었다. 둘이 합친 지분율이 52%로, 절반이 넘었다.
그런데 지난 88년 삼성생명이 자본금을 30억원에서 60억원으로 늘리는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때 신세계와 제일제당은 자기 몫을 모두 실권했다. 이 때문에 유상증자 이후 신세계는 14.5%로, 제일제당은 11.5%로 지분율이 각각 떨어졌다.
당시는 생명보험사 상장 논의가 가시화되던 때다.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막대한 기대이익을 얻을 기회였다. 하지만 상장을 앞두고 지분을 더 늘릴 수 있는 유상증자에 신세계와 제일제당은 참여하지 않았다.
신세계(004170)와 제일제당이 실권한 26%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누군가가 가져갔다. 이후 참여연대는 26%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신세계와 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지분의 실소유자가 달랐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 삼성생명 상장 때도 갈등 표면화
제일제당이 지난 2000년 케이블TV 홈쇼핑업체인 삼구쇼핑(현 CJ오쇼핑)을 인수할 때도 삼성생명 지분 문제가 터져나왔다.
지난 2010년 5월 삼성생명이 상장할 때에도 진통을 겪었다. 삼성생명은 신주발행 없이 삼성차 채권단, 신세계, CJ 등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4400만주를 매각하는 구주매출을 통해 상장했다. 신세계와 CJ는 각각 500만주를 공모가 11만원에 매각했다.
상장비용은 총 650억원이었는데, 이 중 73억원씩을 신세계와 CJ가 부담하라는 게 당시 삼성의 요구였다. 신세계와 CJ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신세계와 CJ가 비용을 내는 것으로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실제로 신세계와 CJ가 비용은 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당시 상장의 대표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는 비용을 모두 받았고 그 중 누가 얼마만큼을 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크고 삼성 지배구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삼성생명 지분은 삼성가에서 늘 민감한 이슈"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삼성家 장남 이맹희씨, 왜 하필 지금 소송 걸었나
☞삼성생명 3분기 순익 1456억…전년比 57%↓(상보)
☞삼성생명, 작년 영업익 5177억원..전년비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