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룡의 한방라운지)통풍

이해룡 기자I 2005.06.09 12:20:20
[edaily] “엄지발가락이 붓고 아파서 밤새 한잠도 못 잤어요.” 대기업에 다니는 강모씨(43세, 남)는 발가락이 욱신욱신 쑤시는 통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얼마 전 부장으로 승진하고 난 뒤 부원들과의 단합을 위해 회식을 자주 가진데다, 거래처사람이나 친구들에게 승진턱을 쏘느라 연일 술자리 끊이질 않았다. 이후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부어오르면서 간간이 통증이 있었으나 조금 지나면 가라앉겠거니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어젯밤부터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손으로 스치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랄 지경이라는 것. 강씨처럼 엄지발가락이 부으면서 아픈 것은 대부분 통풍 때문. 통풍은 몸에 있는 요산이 몸 밖으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고 엄지발가락 무릎 발목 귀나 손발바닥에 쌓여서 생기는 질환이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거나 육류 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과장 시절에도 통풍으로 된통 고생한 적이 있는 강씨는 가급적 술이나 고기 먹는 것을 멀리하려고 노력하는 편. 그런데 부장 승진을 기념해 하루가 멀다하고 술자리를 가졌더니 덜컥 통풍이 재발하여 후회막급이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당분간은 극심한 통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풍은 이처럼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평소 섭생에 주의해야 한다. 가급적 술과 육류를 안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수도승 같은 생활이 계속 이어지면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많기 때문에 고기를 꼭 먹어야 할 형편이라면 내장부위는 빼고, 생선도 등푸른 생선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담배도 기혈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즉시 끊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요산배출에 도움이 된다. 체중이 많이 나가도 통풍에 걸릴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살을 빼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통풍을 백호역절풍이라고 부른다. 백호역절풍이란 백호가 물어뜯는 것처럼 엄청난 통증을 말한다. 호랑이가 물어서 생기는 정도의 통증이라고 했으니 예로부터 통풍이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백호역절풍은 낮에는 통증이 다소 수그러들었다가 밤이 되면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동의보감은 술을 과음한 후 바람을 쐬거나 땀이 흘리면서 물에 들어가고 몸이 허약할 때 외부의 나쁜 기운이 인체로 침입하면 통풍이 잘 생긴다고 했다. 한의학적으로 통풍의 원인은 담 습 어혈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이중 가장 많은 것은 담. 영양가 높고 기름진 음식을 과다하게 먹을 경우 몸에 담이 생겨서 기혈의 흐름을 막을 뿐 아니라 관절부위에 정체하여 통증을 유발한다. 대부분 비만한 사람으로 혈색이 좋고 아랫배가 나온 소위 사장님 스타일인데 두주불사형이라고 불릴 정도로 술을 즐긴다. 통증이 아주 격렬하고 열감이 화끈화끈하면서 통증부위가 붉게 변해 가장 고통스럽다. 습으로 인한 것은 통증이 그다지 심하지 않고 열감도 많지 않다. 추울 때 통증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따뜻하게 하면 통증이 줄어든다. 어혈로 인한 것은 나쁜 피가 정체하여 기혈의 흐름을 막아서 발생한다. 특징은 통증이 한 곳에 집중돼 있고 낮보다 밤에 심하다. 어혈 때문에 혀가 밝은 색을 띠지 않고 푸른 기운이 돌며 청자색의 반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통풍에는 아가위나무의 열매인 산사자를 차로 달여 먹는 것도 괜찮다. 산사자 12그램을 말려 찌꺼기를 제거한 후 물에 팔팔 끓여 식힌 뒤 수시로 나누어 마신다. 산사자는 고기를 먹고 체하거나 더부룩할 때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 (예지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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