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현물ETF 도입 언제?…“법적 기준부터 다시 봐야”

최정훈 기자I 2025.11.15 08:30:00

자본시장硏 “기초자산 정의·수탁 인프라 등 제도 공백 해소 시급”
미·홍콩·영국은 이미 제도권 편입…국내만 현물 ETF 전면 금지
“해외 투자 쏠림·자본 유출 현실화…단계적 도입 로드맵 필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둘러싼 글로벌 표준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가운데, 한국도 더 이상 현물 ETF를 법 해석상 금지 상태로 둘 것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홍콩·영국 등 주요국이 가상자산 현물 ETF 또는 이에 준하는 상품을 승인하며 제도권 편입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 정의 문제로 현물 ETF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어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사진=로이터 연합뉴스)
15일 자본시장연구원 신경희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가상자산 현물 ETF의 국내외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금융허브는 이미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현물 ETF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이더리움과 솔라나 ETF까지 상장을 확대하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고, 홍콩도 2024년 4월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동시에 허용한 데 이어 미국보다 한 발 앞선 ‘현물 설정·환매(in-kind)’ 방식을 도입했다. 영국은 ETF 대신 실물 기반 ETN으로 시장을 열어 전문 투자자 대상으로 먼저 허용한 뒤 충분한 시장 검증을 거쳐 2025년부터 소매 투자자까지 범위를 넓히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택했다.

반면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자본시장법 해석상 가상자산이 ETF의 기초자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국내 현물 ETF 발행은 물론 해외 현물 ETF의 중개까지 모두 금지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돼 가상자산 거래 자체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상황에서도 ETF만 예외적 금지 상태에 놓여 있어 규제 체계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고, 그 결과 국내 투자수요가 해외 ETF로 흘러가 자본 유출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 발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개정안은 기초자산 정의에 ‘금융위원회가 고시하는 가상자산’을 포함시키고, 신탁업자가 수탁할 수 있는 재산 범위에 가상자산을 명시해 현물 ETF의 핵심 기반인 수탁(Custody) 체계를 정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가상자산사업자(VASP)에게 수탁업무 위탁을 허용하는 특례, 시장조성자의 헤지 거래를 위한 가상자산 기반 장외파생상품 경쟁매매 허용 등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해외 사례가 국내 정책에 주는 시사점도 강조했다. 미국은 규제된 선물시장과의 시장감시공조 체계를 기반으로 ETF의 투명성을 확보했고, 홍콩은 SFC 인가를 받은 가상자산 거래소(VATP)에서만 기초자산 거래를 허용해 시장 전체를 규율했다. 영국이 ETN을 통해 발행사 신용위험을 감독당국이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한 방식도 참고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국내가 현물 ETF 도입에 곧바로 나서기 어렵다면, 영국처럼 ETN을 먼저 허용해 전문 투자자 대상으로 제한된 시장을 운영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자본시장은 가상자산을 독립된 자산군으로 인정하는 새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한국도 더 이상 법적 불확실성만 이유로 제도 논의를 미루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현물 ETF는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과 어떻게 접목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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