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작년 9월 19일, A씨는 유명 해외 숙박 플랫폼을 통해 스위스 체르마트에 위치한 모 호텔을 직접 예약했다. 부모님, 동생과 함께할 스위스 여행을 1년 앞두고 미리 일주일 치 펜트하우스 투숙을 예약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23년 6월 7일, 해당 플랫폼은 갑자기 A씨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호텔에서 처리한 기존 예약 금액이 잘못됐음을 알리며 변경된 가격을 수락할 것이냐 물어온 것이다. 그러나 원래 728프랑(약 105만원)에 불과했던 금액이 3125프랑(약 450만원)으로 4배 가량 뛴 것이 그를 놀라게 했다.
이와 함께 플랫폼 고객센터는 A씨에게 어색한 한국어로 번역된 메시지 하나를 전달해 왔다. “실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때로는 피할 수 없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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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측은 “온라인으로 요금 등록 시 발생한 숙소 측의 실수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예약을 이대로 유지할지, 아님 무료로 취소할지 선택하라. 24시간 안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다”는 통보(?) 내용을 덧붙였다.
A씨는 이제와서 숙박비를 갑자기 달라진 가격으로 재결제를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고객이 비용을 지불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호텔을 취소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또한 ”고객센터는 지금 저에게 옵션으로 무료 취소를 해주겠다고 하는데 무료 취소는 고객으로서의 당연한 권한“이라 주장하며 ”“추가비용 또한 내가 내야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작년 9월 예약 직후 숙소 측과 나눈 메시지를 첨부해 보냈다.
그러나 플랫폼 측은 시종일관 “호텔 측에서 가격을 잘못 올렸다. 각 숙박시설마다 자체 결정이 있음을 이해해 달라”며 “우리 측에서의 변경이나 예외가 있을수 없음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다시 연락을 주길 바란다”는 말과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A씨는 직접 호텔과 딜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중개해 준 플랫폼 측이 고객 입장에서 해결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던 호텔 측은 A씨에게 최대한 금액을 낮춰서 제안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플랫폼 측에서 일방적으로 숙소 예약을 취소해 버린 것. 취소 사유는 24시간 내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A씨는 “앞서 고객센터와의 수 차례 연락을 통해 취소할 생각이 없다는 말만 세 번을 넘게 했다. 그런데 계속 다른 말만 하면서 빙빙 돌리다가 고객이 잠자고 있는 시간에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게 정상이냐”며 “이해시키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이런식으로 강제 취소하는게 맞나.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도 안 나온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어제부터 호텔 측과 투숙비용 합의와 관련해 통화 및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인데 왜 플랫폼에서 취소를 하냐”고 따졌다.
그러나 플랫폼 측은 “24시간 이내 답변이 없을 경우 예약이 자동취소되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는 기계적인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이에 A씨는 “정식으로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호텔 측이 새롭게 제시한 금액을 제가 수락하고 재예약을 하면 다시 친절한 고객센터로 돌아와주시는 거냐”며 “취소당하고 항의하는 지금의 저는 플랫폼 측에서는 고객이 아니라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존재일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그는 플랫폼 측에 약관과 통화내용 녹취파일을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거절당했다고 한다.
A씨는 “제가 해당 플랫폼을 10년 넘게 썼던 이유는 문제가 생겼을 때 나를 도와줄거란 믿음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중개업자일 뿐이라고 말하며 모든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소약관에 따르면 그들은 문제 발생시 호텔, 고객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플랫폼 측은 조율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매년 여행 시즌이 되면 소비자들의 불만, 대형 여행 플랫폼들의 횡포가 뉴스를 도배한다. 고객들의 믿음과 사랑으로 커진 기업들이 이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배짱 장사만 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보호원에 고발을 하거나 큰 이슈가 생기더라도 그 때 뿐, 그들은 다시 고객을 기만하면서 고객의 돈을 번다”고 일침했다.
이어 “정부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말로, 적용할 법이 미흡하다는 말 뒤로 숨지마시라. 지금으로서는 앞으로 10년 뒤가 달라질거라고 기대되지 않는다. 제발 적극적으로 기업의 횡포를 제재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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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이처럼 당사자간 약관이 없는 때는 고시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합의 또는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사업자 귀책으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계약금 환급 외에도 사용예정일에 따라 일부를 손해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숙박시설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20년’ 1353건, ’21년 1047건, ‘22년 1428건, ’23.5월 585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해당 통계에서 숙박은 국내외 구분이 되고 있지 않다. 여행 품목 중 국외여행 관련 건수는 ‘20년 1071건, ’21년 202건, ‘22년 309건, ’23.5월 30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2017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미 “소수 외국계 OTA의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불공정 거래, 소비자 피해 발생 등 부정적인 영향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심층적인 실태 진단 및 대응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떻게 해야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숨어버리는 이 지독한 시스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애초에 실수를 한 호텔과 이를 중개해 준 플랫폼, 양측 모두의 잘못이지만, 플랫폼은 그저 중개만 했을 뿐이라는 명목 하에 실수를 책임지려 하지 않고 한쪽 발을 ‘슥’ 빼버린다.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건 오직 소비자다.
A씨는 이데일리를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저는 제가 10년간 이용해 온 플랫폼에서 그들이 추천하고 올린 호텔을 믿고 선택했을 뿐입니다. 제발 플랫폼은 고객을 보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