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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BBC방송, CNBC 등에 따르면 영국에선 이날 사이먼 하트 웨일스 담당 국무장관을 비롯해 부장관과 차관, 장관 보좌관 등 40여명의 내각 관료가 사의를 밝혔다. 전날 사임한 리시 수낙 재무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을 포함해 이틀 만에 총 44명이 물러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들은 존슨 총리를 더이상 믿을 수 없어 함께 일할 수 없다면서 한목소리로 존슨 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사퇴할 뜻이 없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2019년 유권자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부여받은 막중한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의 임기는 2024년 총선까지다.
영국 내각의 줄사퇴는 과거 성비위 문제를 일으킨 크리스토퍼 핀처 보수당 원내부총무가 물러나는 과정에서 존슨 총리의 거짓말이 탄로난 후폭풍이다. 하원의원인 핀처 원내부총무는 지난달 30일 술에 취해 남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됐다.
이 과정에서 그가 2019년 외무부 부장관이었던 시절 성비위를 저지른 전력이 있었으며, 존슨 총리가 이를 알면서도 지난 2월 그를 원내부총무로 임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존슨 총리는 지난 1일 “몰랐다”고 했다가 사흘 만인 4일 말을 바꿔 “잘못된 일이었다”고 사과했다.
파티게이트로 신임투표를 치른지 불과 한 달 만에 거짓말이 들통난 것이어서 존슨 총리의 리더십과 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6일 보수당 내 신임투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당 대표직 유지를 위해선 과반인 180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찬성표가 211표, 반대표가 148표였다.
보수당은 이번에도 신임투표 카드를 꺼내들어 존슨 총리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는 재투표를 위해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 규정대로라면 1년이 지나야 신임투표를 다시 할 수 있어 존슨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위원회는 우선 오는 11일 새롭게 선출하는 임원들과 함께 신임투표 규정 변경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도 신임투표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며 지지 의견을 내놨다.
영국 현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존슨 총리의 정치 생명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최후가 얼마 남지 않았다” 등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매체는 “이날 사퇴 규모는 내각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갑작스럽게 늘어난 공석을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인사도 부족하다. 존슨 의원은 대체 인사들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존슨 총리는 필연적으로 쫓겨나게 될 것이다. 며칠 남지 않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