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김복순(70)씨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관람을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자, 청와대 개방이 이뤄진 후 처음 맞는 일요일에 김씨를 포함한 4만여명의 방문객이 전국 팔도에서 청와대를 찾았다. 예약하지 못해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더해져 청와대 인근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주변 상권엔 손님이 크게 늘면서 상인들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국 각지서 전세버스…이른 아침부터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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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은 정문, 영빈문, 춘추문 등으로 분산 입장해 청와대 대정원을 산책하고 경내를 구경했다. 맑은 하늘에 다소 더운 오월의 나들이에 양산을 들거나 선글라스를 낀 이들도 보였다. 이들은 입장 전부터 부지런히 기념사진을 찍었고, 입장해선 정원 잔디밭에 앉아 햇살을 즐겼다. 관람객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 대전에서 올라온 김모(68)씨는 “사전예약 힘들게 해서 왔는데 정말 좋았다”며 “북악산 배경도 좋고 경내도 잘 가꿔놔서 왜 대통령이 살았던 곳인지 알겠더라”고 했다.
이날 청와대 인근엔 전세버스가 계속 섰다 떠나길 반복했다. 버스는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빌려 타고온 사람들을 실어날랐다. 전북 익산에서 왔다는 이모(68)씨는 “산악회 회원들이 단체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당첨이 됐다”며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한 번 퇴장하면 재입장이 안된다고 해서 미리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오래 둘러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행사 안내원은 “오늘 오후 3시에만 300명이 들어갔다, 지방에서 오신 단체관람객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예약 못한 어르신들 막느라 ‘진땀’…상인들은 ‘미소’
청와대 관람을 위해 필요한 사전예약을 하지 않은 이들도 여럿이었다. 이 때문에 입장을 제지당한 노인과 안내원간의 실랑이도 쉽게 눈에 띄었다.
수원에서 왔다는 김모(77)씨는 “핸드폰이고 컴퓨터고 쉽지 않은 걸 우리가 어떻게 하나, 신분증 있는데 그냥 들여보내주면 안되나”라고 하소연하다 발길을 돌렸다. 다른 안내원은 “꽤 많은 분들이 사전 예약을 신청하지 않고 방문하시는데, 주로 어르신들”이라며 “청와대가 개방했다는 뉴스만 보고 찾아오신 분들 같은데, 한 번만 봐달라고 부탁하셔도 저희 마음대로 들어드릴 수 없어 곤혹스럽다”고 했다. 이어 “대구, 광주 등 멀리서 오셨다는 분들도 많은데…휴대폰 달라 해서 가능한 날짜 예약을 도와드리려 해도 다시 올라오셔야 하니 민망하다”고 했다.
청와대 관람은 신청자가 231만명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면서 정부는 당초 계획한 이달 21일에서 다음달 11일까지 관람신청을 연장키로 했다. 일별 관람시간과 관람 인원은 지금처럼 오전 7시~오후 7시 2시간 단위로 입장을 구분하고 시간별 6500명씩 하루 3만9000명씩만 입장토록 할 예정이다. 관람 신청 방식도 기존처럼 온라인플랫폼 등으로만 받는다.
행사 다른 안내원은 “예약 없이 오셔서 되돌려보낸 어르신들이 너무 많다, 기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현장에서 직접 접수를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근 상인들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유동인구가 폭증하면서 손님이 늘고 매출도 크게 늘었다고 했다. 효자동에서 한식당을 하는 박금자(77)씨는 “청와대 개방하기 전인 지난주보다 손님이 2~3배 늘었다”고 했고, 통의동에서 분식집을 하는 김모(52)씨는 “아침에 2만원도 못 팔 때가 많았는데 청와대에 김밥이랑 포장해 가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 매출은 5배 정도 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