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12월이 시작되자마자 하루새 가격이 20% 급락하며 ‘검은 토요일’을 보냈다. 최근 고점에서 30% 넘게 하락하면서 사실상 약세장에 진입했다. 다만 연말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3.6% 이상 떨어진 4만9051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20% 이상 폭락하며 4만3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가 그나마 반등한 것이다.
|
이날 비트코인이 추락하면서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도 5분의 1이 날아가 2조200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6만9000달러까지 다가서며 연중 최고점을 경신할 때만 해도 암호화폐 시총은 3만달러를 넘겼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다수 암호화폐가 폭락한 동안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는 잠시 급등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건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응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고,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길 조짐을 보이면서 주식,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에 비유하며 안전 자산으로 보지만, 전체 시장에선 여전히 위험 자산으로 인식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가 높을수록 비트코인과 같은 투기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덜 매력적”이라며 “연준이 2017년과 2018년 금리를 인상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떨어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암호화폐 파생상품 포지션 청산이 매도세를 확대시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들은 적은 돈으로 더 큰 수익을 내려고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데. 가격이 떨어지면 한꺼번에 청산을 당할 수 있어서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지난 5월 가격 폭락 때와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에서 매수 물량이 없는 상태로 도미노처럼 강제 청산이 일어나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급락시켰다”고 했다.
일각에선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 부회장이 암호화폐에 대해 “닷컴 버블(IT 버블)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한 것이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멍거 부회장은 호주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는 만들어지지 않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4만~4만2000달러 사이에서 지지선을 찾은 뒤 연말 반등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7월 저점인 3만~ 3만5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통상 4분기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연말 랠리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 위원은 “앞으로도 대출 플랫폼을 통한 강제 청산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일은 빈번하게 반복될 것”이라며 “기관과 고래가 매도 물량으로 가격 하락을 유도하면 개미들은 강제 청산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 만큼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레버리지 투자보다는 보유 코인의 수량을 늘리는 안전한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일부에선 이번을 ‘저점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이 폭락하자,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추가 매수에 나섰다. 개당 4만8670달러에 비트코인 150개를 추가로 구매한 것이다. 그는 트위터에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빌어먹을, 7분 차이로 바닥을 놓쳤다”고 적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바 있다.